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오바마케어를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논란과 수개월에 걸친 공화당의 사퇴 압박에도 그는 자리를 지켜온 터였다.
오바마 정부의 첫 보건부 장관으로 5년간 임기를 수행해온 시벨리어스 장관은 자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오바마케어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악재로 작용하는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주 시벨리어스 장관의 사임을 수리했으며 후임자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인 실비아 매슈스 버웰을 11일 공식 지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시벨리어스 장관이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달 초로 전해졌다.
그는 오바마케어 가입 마감시한인 3월31일이 변화를 주기에 좋은 때로 정치적 포화를 덜 맞은 인물이 대통령을 보좌하기에 낫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 등은 전했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시벨리어스 장관을 해임하라는 공화당의 압력을 물리치면서 그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건강보험개혁은 웹사이트(healthcare.gov) 접속 불량 등 시행 차질로 집중적 비난을 받으며 2기 임기의 주요 악재가 됐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케어가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실정 사례로 부각되면서 선거에 다시 나서야 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었다.
실제로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를 '네거티브 광고'의 최대 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오바마케어 가입자가 지난달 말을 기해 정부 목표치인 700만명을 넘어서는 등 '한고비'를 넘긴 상황이어서 백악관으로서도 장관이 사퇴하는 모양새가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바마케어 웹사이트의 접속불량 탓에 시벨리어스 장관과 백악관 참모들 사이가 악화됐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시벨리어스 장관은 지난 1일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가입자 700만명 돌파를 알리는 자축 기자회견을 할 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시벨리어스 장관은 NYT에 "이 모든 적대감(animosity)을 함께 가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화당전국위원회(RNC)의 라인스 프리버스 위원장은 "누가 보건부를 책임지든 오바마케어는 계속 재앙으로 남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시벨리어스 후임으로 임명 예정인 버웰 국장은 기량이 뛰어난 관리자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로,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임명 당시 만장일치로 상원의 임명 동의를 받았다고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버웰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예산관리국 부국장을 지냈으며, 월마트의 자선단체인 월마트재단 이사장 재임 중이던 지난해 3월 오바마 대통령에게 발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