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위협에 대한 불편한 진실

[노컷칼럼]

김종성 UAD 체계개발단장이 11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북 추정 무인기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며 무인기에 탑재된 부품과 카메라 제원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최근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 등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로 며칠 째 전국이 시끄럽다.

무인기에 폭탄을 탑재하거나 생화학 무기 공격을 하면 큰일이 난다는 보도에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한다.

국방부도 11일 최근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 등에서 잇따라 발견된 소형 무인기는 이동경로와 무인기의 형태, 사용된 부품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북한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무인기에 대비한 저고도 레이더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제와 이스라엘제 저고도 탐지레이더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들 제품을 북한 무인기가 침투할 경로에 촘촘히 배치할 경우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까지 휘젓고 다니며 항공사진을 찍었다는 점은 그동안 우리 군의 방공망 관리와 경계태세가 소형 무인기에 무방비 상태였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군이 비판받아 마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철저한 안보태세를 갖추는 것과 별도로 실제 북한의 무인기 위협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점은 없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발견된 무인기는 초보적인 수준으로 사진을 전송하는 시스템도 없었고 부품도 표준화되지 않았다.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의 기술력은 지난 2008년 충남대 연구팀이 독도 촬영에 성공한 무인기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히려 우리 군의 무인기 수준과 비교해볼 때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무인기가 공격용으로 전환되는 것을 우려하지만, 발견된 정도 크기의 무인기에 탑재할 수 있는 폭탄의 양으로는 의미있는 공격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도 군이 군사적으로나 전술적으로 큰 가치가 없는 낮은 기술 수준의 소형 무인기를 막기 위해 수백억원 어치의 신무기 도입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

정부는 북한의 위협이 있을 때마다 들끓는 국민 여론을 우선 잠재우고 보자는 식으로 충분한 검토없이 무기도입을 즉흥적으로 추진해오곤 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기존의 전력과 경계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적인 노력은 하지 않고 땜질식으로 무기부터 도입하겠다는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군비경쟁만 심화시키고 국민 세금만 낭비하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성급하게 무기부터 도입했지만 이후 무용지물이었던 사례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리 군은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직후 신형 대포병레이더 아서를 도입했지만 2011년 8월 북한군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에서 해안포 사격훈련을 실시했을 때 사격 원점을 잡아내지 못했다. 120억원짜리 고가장비를 서둘러 도입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군 관계자 역시 "북한 소형 무인기가 크게 이슈가 되다보니 훨씬 큰 위협에 대한 대응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아주 작은 위협이 최우선 순위가 된 것 같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사실 북한의 위협은 때때로 과도하게 부풀려지기도 한다.

때로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이 국방비를 증액하고 무기를 도입하기 위한 명분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과 일본도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면서 동북아에서 군사력 강화의 명분으로 삼곤 한다.

아베 정권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평화헌법을 개정하는데 악용하는 빌미로 삼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인민일보는 지난 2012년 12월 "일본이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군사력을 증강하려는 목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도 역시 미일의 군사적 대응을 빌미로 동북아 주변 군사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결국 북한의 위협이 과장되는 것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물론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안보는 북한의 도발 자체를 억제하게 하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긴장된 상황에서 군사적 충돌가능성이 높아지면 아무리 첨단무기를 도입하고 국방예산을 쏟아붓는다해도 원천적으로 이를 막을 가능성은 없다.

철저한 안보태세를 갖추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를 안정시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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