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유럽 18개국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가 22억 달러(2조2천825억원) 규모의 밀린 가스대금을 갚도록 즉각 중재하지 않으면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가스대금을 내지 않으면 "러시아 국영가스사 가스프롬이 앞으로 가스대금을 선불로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급조건을 추가로 어기면 가스 공급을 전부 또는 일부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조처가 유럽 소비자들에게 천연가스를 이송하는 경로인 우크라이나에 대해 리스크를 높일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며 대(對)유럽 가스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 비서(공보수석)는 서한을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도 보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1일부터 대(對) 우크라이나 가스 공급가를 종전보다 81% 인상했다. 크림반도에 자국 흑해함대를 주둔하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던 할인혜택 등을 폐지한 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유럽의 천연가스 수요 30%를 조달하고 있으며 이중 절반 가량이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공급된다.
미국은 즉각 러시아를 비난하며 추가 경제제재를 경고했다.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앞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을 만나 러시아가 상황을 계속 격화시킨다면 추가 제재를 단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를 강압하려는 도구로 에너지를 사용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악화할 경우 추가 제재를 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백악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부의 친러 분리주의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우크라이나 서부와 인접한 헝가리의 야노스 마르토니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로 가스를 역(逆)이송할 준비가 됐다고 이날 밝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접경 인근 동유럽 지역의 군사력 증강을 둘러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의 신경전도 격화하고 있다.
나토는 탱크와 군용차량으로 무장한 러시아군 병력 3만5천∼4만여명이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 인근 기지 100여곳에 집결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촬영한 19장의 위성사진을 이날 공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사진들이 지난해 8월 촬영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군 총참모부의 한 고위급 관계자는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나토가 배포한 사진들은 러시아 남부군관구 소속 부대의 지난 여름 훈련 모습"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나토가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지역에 병력 배치를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지난 1997년 양측이 체결한 기본협정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