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창원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울산 모비스가 창원 LG에 74-71으로 근소하게 앞선 종료 1분을 남기고 모비스에게 악재가 생겼다. 해결사 문태영이 5번째 반칙을 범해 퇴장을 당한 것.
"굳이 안했어도 되는 반칙을 해서 너무 속상했다", 반칙을 한 순간 문태영의 심정은 그랬다. 하지만 금세 마음을 추스렸다. 문태영은 곧바로 벤치를 향해 걸어가지 않았다. 코트에 남아있는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격려와 당부의 말을 건넸다.
문태영은 동료들에게 "아직도 우리가 이기고 있고 승산도 있으니까 힘내서 끝까지 버텨보자"고 말했다.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영어로 표현했지만 알아듣지 못한 동료들은 없었다. 코트를 떠나는 발걸음이 가벼워보이지는 않았다.
그때 양동근이 문태영에게 다가갔다. 양동근이 건넨 한 마디는 오랫동안 문태영의 마음 속에서 울림으로 남았다. 문태영은 "양동근이 '나를 믿어 형'이라고 말을 하는데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안정감이 생겼다"며 웃었다.
양동근에게 왜 부담이 없었을까. 4쿼터 막판 함지훈이 왼쪽 발목을 다쳐 일찌감치 벤치로 물러났다. 문태영마저 코트에서 나가야 했다. 의지할 수 있는 베테랑들이 모두 떠났다. 어깨가 무거웠다.
양동근은 "함지훈과 태영이 형이 나갔을 때 내 정신도 나갈 뻔 했다. 그래도 내가 남은 선수 중 가장 형이니까 흔들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때 천대현이 중요한 블록을 했다. 도움 수비가 아주 좋았다. 그런 부분이 바로 우리 팀의 힘"이라고 말했다.
양동근은 기록으로 놓고 봤을 때 활약이 커보이진 않는다. 6차전에서 4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올렸고 챔피언결정전 전체 평균 기록은 7.5점, 3.2리바운드, 1.8어시스트다.
하지만 양동근은 코트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다. 양동근이 지킨 마지막 1분은 모비스가 우승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문태영은 "양동근이 없으면 불안함을 느낀다. 코트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는 선수다. 그가 있어야 안정감을 찾게 된다. 모비스의 심장이 바로 양동근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선수들이 신뢰와 믿음으로 단단히 묶여있는 팀이 바로 모비스다. 모비스는 LG를 79-76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를 기록, 15년 만에 리그 2연패를 달성한 구단이 됐다. 팀은 전신 기아 시절을 포함해 통산 5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