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은 10일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를 통해 무공천을 철회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과정이나 이유야 어떠했든 저희들마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며 정치개혁의 기치를 내걸었던 현 대통령과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포퓰리즘 전쟁의 잔해로 용도폐기되는 순간이었다.
2006년 도입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는 공천헌금 비리,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 등 숱한 부작용으로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18대 대선에서 여야 공통공약으로 채택되면서 2014년 6.4 지방선거부터 무공천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4.24 재보선에서 실제로 기초선거 무공천을 시범 실시했고 민주당은 석달 뒤 당원 투표를 거쳐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그러나 기초선거 공천 폐지가 ‘뜨거운 감자’로 전락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당의 책임정치 실종, 지방토호의 전횡, 금권선거 등의 폐해에다 위헌 논란까지 제기되며 폐지 반대의견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여성 의원들은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정치 참여 약화를 들며 선봉에 나섰다.
의원들이 지역 장악력 유지 속셈이라는 의혹의 눈길 속에서도 폐지 반대 목소리를 더욱 커졌고 올해 초 열린 정치개혁특위도 헛심만 쓰고 끝났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의 계속되는 약속 이행 압박에도 새누리당은 먼산만 바라봤다. 새누리당은 그러다 공천 폐지를 접고 ‘상향식 공천제’라는 대안으로 갈아탔다.
지리한 공방이 오고가던 중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통합신당 창당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정국은 요동쳤고 다시 기초선거 공천폐지는 정국의 중심에 서게됐다.
하지만 ‘기호 2번’ 기득권 포기가 야당의 괴멸적 패배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엄습하면서 ‘공천 회군론'이 부상했다. 여야가 다른 룰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불공정 논란도 가세했다.
그리고 여야의 공천폐지 약속은 1년 6개월만에 휴지조각이 됐다. 국민에게는 ‘포퓰리즘’의 쓰디쓴 뒷맛만 남게 됐다.
동국대 박명호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무공천 철회는 포퓰리즘을 자인한 셈”이라며 “부화뇌동한 박근혜, 문재인 당시 후보도 문제였지만 안철수 후보에게는 원죄가 있다”며 안철수 대표를 비판했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새누리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최 교수는 “공천폐지 공약 파기의 원인 제공은 새누리당에서 비롯됐다”면서 “공약을 지키려는 야당은 선거를 앞두고 곤혹스러워하고 공약을 지키지 않는 여당은 희희낙락하는 비정상적인 구도가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무공천이 새정치’라는 프레임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면서 “정치권은 이번 무공천 파기를 민생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새정치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