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까지 치러진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는 39경기. 9개 구단 홈런은 77개, 417점이 나왔다. 경기당 2개(1.97개), 10점(10.69점) 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홈런은 2배가 늘었다. 2013시즌은 초반 40경기 39홈런이 나왔다. 득점은 382점으로 올해 10%(9.16%) 정도 증가했다.
올해 지난 3일 대구 한화-삼성전이 비로 취소돼 지난해보다 1경기를 덜 치렀어도 수치는 오히려 높았다. 시즌 타율도 지난해 2할6푼3리에서 2할7푼2리로 1푼 가까이 상승했다.
반대로 투수들의 기록은 나빠졌다. 지난해 이 기간 9개 구단 평균자책점(ERA)은 4.35였지만 올해는 4.65다.
▲"이제 한국 야구 우습게 안 봐…준비 철저"
지난해와 달라진 부분은 각 구단에 외국인 타자 1명씩이 가세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리그에 단순히 1명 이상이 아닌 엄청난 파급 효과를 주고 있다.
먼저 이들은 국내 선수보다 상대적으로 앞선 힘으로 투수들을 누르고 있다. 조쉬 벨(LG), 루크 스캇(SK)가 홈런 공동 1위(4개)에 올라 있고, 1개 차로 호르헤 칸투(두산), 브렛 필(KIA)이 공동 4위를 형성했다. 야마이코 나바로(삼성)와 에릭 테임즈(NC)도 2개씩을 걷어올렸다.
홈런이 없는 외인은 펠릭스 피에(한화), 비니 로티노(넥센)뿐이다. 그러나 피에는 타율 3할7푼1리, 2루타 3개, 6타점, 3득점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로티노도 타율 2할9푼2리 2루타 2개를 뽑아냈다. 루이스 히메네스(롯데)도 곧 부상 복귀할 예정이다.
당초 외인 타자들은 시즌 초반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너나 할 것 없이 펑펑 장타를 터트리고 있다. 적응기가 사실상 없어졌다.
두산 베테랑 타자 홍성흔은 "예전에는 용병들이 한국 야구를 좀 가볍게 보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메이저리그나 트리플A 수준으로 여겨 준비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림 가르시아가 칸투에게 한국 야구의 특징을 알려주는 등 예전 뛰었던 선수들의 조언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단순한 1명 가세 이상의 엄청난 파급 효과
중요한 것은 이들의 가세로 팀 타선 전체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투수들이 괴력의 외인 타자들을 경계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타자들과 승부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타자들이 기회를 더 많이 갖는 셈이다.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용병 타자를 단순히 1명으로 보면 안 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한 팀의 타격 순위에서 9번째 타자가 빠지고 1, 2번째를 다투는 타자 1명이 가세했다는 점은 크다"고 강조했다. 갑자기 4번급 타자가 1명이 는 타선이 상대 투수들에게 주는 위압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국내 선수들에게 주는 분발 효과도 있다. 외인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토종들도 힘껏 방망이를 휘두른다는 것이다. 홈런 7개가 쏟아진 지난 8, 9일 목동 KIA-넥센전은 모두 토종들이 아치를 그렸다.
올 시즌 타점 5위까지는 모두 국내 선수들이다. 이택근(넥센), 박정권(SK)이 1위(11타점), 이병규가 10타점, 정성훈(이상 LG), 유한준(넥센)이 9타점으로 뒤를 잇고 있다. 외인 중에는 나바로와 조쉬벨이 8타점으로 공동 6위로 가장 높다.
양 위원은 "외인들이 국내 선수들에게 주는 영향력은 적지 않다"면서 "토종들도 여차하면 자기 자리를 뺏기기 때문에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연 외인들이 불러온 타고투저가 시즌 중후반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