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인신매매 근절 투쟁의 상징이자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영웅'으로 여겨지는 수산나 트리마르코(60)가 그 주인공이다.
아르헨티나 북서부 투쿠만주(州) 법원은 9일(현지시간) 트리마르코의 딸 마리타 베론을 납치해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10명에 대해 하급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징역 10∼22년형을 선고했다고 BBC방송 등이 전했다.
1심 재판부는 2012년 이들에게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려 아르헨티나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고 항의시위까지 벌어졌다.
트리마르코의 딸 베론은 23세이던 지난 2002년 아르헨티나 투쿠만주 산미구엘에서 병원에 가던 길에 인신매매 조직에게 납치돼 사라진 뒤 사창가로 넘겨졌다.
그는 딸의 흔적을 찾아 직접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성산업 마피아 조직에 잠입하려고 성매매 여성 행세를 하기도 했다.
일부 성매매 여성들로부터 딸을 봤다는 증언을 얻어내기도 했지만 결국 딸의 행방은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트리마르코의 싸움은 인신매매로 성 착취의 덫에 갇힌 아르헨티나 여성 일반을 위한 투쟁으로 발전하면서 전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그가 모은 정보들로 성매매 피해자 수백 명이 구출됐다.
트리마르코는 2007년 딸의 이름을 따 성매매와 인신매매 피해자를 돕기 위한 재단을 만들었다. 같은 해에는 미국 국무부가 수여하는 '용감한 여성상'을 받았다.
이날 판결에 트리마르코는 "마리타를 결국 찾지는 못했지만 정의가 이뤄졌다"며 "그들이 딸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낼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