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軍관련 페이지 삭제로 심의정책 논란

페이스북이 군인에게 적대감을 표시한 페이지를 뒤늦게 삭제하자 페이스북의 심의 정책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BBC가 9일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군인들은 성폭행당하고 살해돼야 한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페이지를 삭제했다. 하지만, 군인을 모욕한 내용을 문제 삼은 게 아니라 개설자가 가짜 이름을 썼다는 점이 밝혀졌다는 이유를 들어 뒤늦게 없앴다.

애초 이 페이지는 작년 7월 개설됐으며 방문자에게 "이런 가치없는 겁쟁이 족속들을 뿌리 뽑고 제거하자는 대의"를 지지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페이지가 개설되자 군인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거세게 항의했으나 페이스북은 자사의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표준에 따르면 회사는 "실질적 위해를 불러올 진정한 위험"이 있다고 인정되는 내용은 삭제할 수 있다. 또 페이스북 회원은 "타인을 위협하거나, 실제적인 폭력행위를 조직"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이런 규정이 있지만, 페이스북 대변인은 회사 고충처리팀이 나설 만큼 문제의 페이지가 특별히 위협적인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의 콘텐츠에는 분노와 불쾌한 아이디어가 담긴 것이 있지만 그렇다고 누구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때에는 페이지를 남겨두는 대신 게시자에게 공개적으로 자신의 견해에 대해 해명할 수 있도록 실명을 드러내도록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BBC의 IT(정보기술) 담당기자 로리 셀런-존스가 이 문제에 대해 문의하자 페이스북은 페이지 개설자를 조사했으며 조사결과 거짓이름을 쓴 것으로 드러나자 삭제했다.

로리 셀런-존스는 영국해병대를 지지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방문자들이 해당 페이지를 보고 문제를 제기하자 페이스북에 접촉했었다.

영국해병대를 지지하는 페이지 개설자 스테프 프로예티는 BBC에 "문제의 페이지가 분노와 증오를 불러 일으킨다"라면서 "우리는 타인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로이 펼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싸우고 죽어간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에 봐왔던 것처럼, 이런 페이지는 소셜 네트워크 커뮤니티에서 긴장을 불러일으키며 이런 긴장은 실생활로도 확산한다"라며 페이스북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하지만 파리에 본부를 둔 인터넷 사용자 권리 옹호 단체 '평등 네트워크'는 페이스북처럼 영향력이 큰 기업이 자체적으로 (페이지 삭제 여부를) 결정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 공동설립자 제러미 짐머먼은 "판사가 (해당 페이지가) 직접적으로 폭력을 불러온다거나 그렇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이 판단을 근거로 페이스북에 삭제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돼야 한다"라며 인터넷상의 자유소통을 위해 회사의 자체 판단 대신 사법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페이스북은 이렇게 하는 대신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자체 규정을 갖춘 일종의 유사 법원이 돼 버렸으며 이는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발언이 보호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주요한 문제로 떠올랐다"라고 비난했다.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원의 조스 라이트 박사는 "미국이나 실리콘 밸리의 IT 기업들은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라면서 "문제의 페이지는 불쾌한 내용을 담은 것이어서 폐쇄한 것이 분명하지만, 페이스북으로서는 거짓 이름 사용이라는 별도의 잣대를 동원하는 것이 편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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