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진출한 한국의 은행 지점에서 금융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금융감독원만으로는 비리와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은행 도쿄지점의 부실 대출 의혹과 관련된 직원은 여러 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부당 대출을 통한 비자금 조성이 다른 시중은행 해외 점포에도 있을 것으로 보고 모든 해외 점포에 대해 전면 재점검할 방침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일본 금융청과 현지 진출한 한국 금융사에 대한 정보 및 검사 교류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본 금융청 관계자는 지난주 방한해 금감원과 협의를 진행했으며, 국민은행 도쿄지점 검사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과 일본 금융청이 양해각서를 체결, 양국에 진출한 금융사 정보와 검사에 대해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대해서도 한일 금융당국이 공동 검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까지 계획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은행 도쿄지점의 비리 의혹으로 조사받던 김모(56) 전 우리은행 도쿄지점장이 자살한 데 따라 한일 금융당국의 공조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작년 12월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부당 대출 사고가 비자금 의혹으로 확산되자 일본 금융청과 공동 검사에 나섰으나 도쿄지점의 한 직원이 자살하자 조사를 중단했다. 이후 올해 1월 중순부터 일본 금융청과 공동으로 재검사를 벌인 바 있다.
현재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신한은행 도쿄지점에 대해 현장 검사를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도쿄지점의 경우 700억원대 부실 대출 가운데 일부가 국내로 유입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 은행의 도쿄지점 직원 중 일부가 자신의 연봉보다 과도하게 많은 금액을 국내로 송금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국내에 반입된 금액만 최대 6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비자금으로 활용된 액수와 용처를 놓고 금융당국이 계좌 추적 등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도쿄지점 부실 대출 혐의자들을 변호인 입회 아래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술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 도쿄지점 부실 대출 연루자가 전 지점장뿐만 아니라 여러명인 점을 확인하고 조사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도쿄지점의 경우 전 지점장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연루돼 있으며 비자금 조성으로 의심되는 액수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56) 전 도쿄지점장의 현지 재직 기간 이팔성 당시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일본을 자주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이 전 회장은 재직 시절 주중이나 주말에 당일 또는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수시로 찾았다. 1967년 우리은행의 합병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한 이 전 회장은 일본어에 능통하며, 도쿄와 오사카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우리은행 도쿄지점장은 전통적으로 이 전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이 도맡았다. 전날 자살한 김씨는 물론 전임 도쿄지점장인 백모 전 우리은행 부행장과 정모 전 우리은행 본부장이 모두 한일은행 출신이다.
이에 대해 이 전 회장은 "김씨를 도쿄지점장으로 보낸 것은 당시 행장(이종휘 현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이지, 내가 아니다"며 "본부장 승진 이후 인사하러 온 것도 여러 승진자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일은행 후배라거나 고려대 후배라는 이유로 숨진 김씨와 백 전 부행장 등을 내가 챙겼다는 얘기는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자신은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부당 대출을 통한 비자금 조성 사례가 다른 시중은행의 해외 점포에도 있을 것으로 보고 모든 해외 점포에 대해 전면 재점검할 방침이다.
해외지점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지표와 여신 규모 등 상시감시 지표도 강화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산업은행 등 11개 은행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현지법인과 지점은 145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