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현지에서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한국인 수는 지난 2010년 6명, 2011년 7명, 2012년 6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12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6일 북부 관광도시 앙헬레스에서 살해된 한국인 사업가 신모(45)씨와 납치된 뒤 피살된 한인 유학생 A씨를 포함해 벌써 4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인 대상 살인 미수사건 역시 피살사건과 비슷한 규모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필리핀의 취약한 사법 시스템으로 인해 한국인 피살사건 대부분이 미제로 남거나 용의자가 파악됐더라도 신병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한국인 피살사건과 관련해 범인을 실제 검거한 사례는 전체 발생건수 12건 가운데 단 1건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필리핀 경찰도 한국인 피살사건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전담 수사팀을 설치, 가동하고 한국 정부도 사건이 빈발하는 앙헬레스 교민사회에 자율 방범활동 지원비로 연간 1만1천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은 CCTV 설치와 방범 인력, 관련차량 운영비 등의 용도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특히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중부 관광도시 세부지역에 한국대사관 분관을 설치한다는 방침 아래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사관 측은 아울러 분기별로 필리핀 경찰과 이민국 등 관계기관 실무진이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열어 한국인 피살사건 수사정보를 교환하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앙헬레스를 비롯해 대다수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교민과 방문자들의 불안과 공포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현지 경찰의 취약한 수사력과 만연한 부패, 법 집행 의지와 역량, 범죄 예방을 위한 인프라 부족 등 사법 시스템 전반이 국제기준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용의자 위치 추적 등 통신 수사가 어렵고 지문제도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데다 CCTV 등 관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무려 100만정 가까운 불법 총기류가 아무런 규제없이 유통되고 있어 청부 살인 등 강력사건이 얼마든 벌어질 수 있는 여건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은 필리핀 현지인에게 돈을 주고 한국인을 현지로 납치, 살해하는 사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필리핀 관광지 등을 찾는 한국인 방문객이 지난 2012년 100만명을 첫 돌파한 이래 2013년에도 116만명을 넘어설 만큼 급증한데다 이들이 현금을 많이 소지하고 다닌다는 인식이 확산돼 각종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현지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다양한 홍보와 지원, 교민사회의 자율 방범활동 등이 추진되더라도 신변안전을 위한 개개인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