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은 "이상하게 올해는 개막전인데도 설레는 느낌이 없더라"면서 "가슴에서 불끈 솟아야 하는 뭔가가 없었다"고 말했다. 파이팅 하나만큼은 최고인 홍성흔임을 감안하면 의외였다.
일단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34살 동갑내기 이종욱, 손시헌(이상 NC), 최준석(31, 롯데) 등 중고참들이 대거 이적했다. 홍성흔은 "지난해만 해도 라커룸에서 종욱이, 준석이 등과 우스갯소리도 하고 했는데 올해는 휴대전화만 본다"며 어울리지 않는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 프로 16년차, 마음의 슬럼프가 올 만도 하다. 지난 1999년 데뷔한 홍성흔은 두 차례를 빼고 13시즌 100경기 이상 쉼없이 달려왔다. 통산 타율 3할3리, 181홈런 987타점을 쌓았다. 홍성흔은 "정말 오래 뛰었다. 데뷔 시즌으로 돌아가라고 해도 못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선지 타격감도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다. 전날까지 홍성흔은 8경기 타율 2할3푼3리(30타수 7안타) 3타점에 그쳤다. 최근에는 클린업트리오에서 내려와 6번으로 기용되고 있다. 지난 6일 KIA전에서 양현종을 상대로 뽑아낸 적시타에 대해서도 "사실 현종이 직구가 치기 어려웠는데 슬라이더-체인지업으로만 승부하더라"면서 "운이 좋았다"고 귀띔했다.
▲"어느 순간 내 스윙 되면 상승세 탈 것"
하지만 베테랑답게 조급하게 여기지 않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 홍성흔은 "2010년 '커리어 하이'를 찍었을 때도 초반에는 좋지 않다가 어느 순간 페이스가 쭉쭉 올라갔다"면서 "올해도 그런 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 시절인 2010년 홍성흔은 타율 3할5푼 26홈런 116타점 장타율 6할1리를 올렸다. 생애 첫 20홈런과 100타점 이상을 찍었다.
그가 말하는 '때'는 자신이 원하는 타격을 하는 순간이다. 홍성흔은 "2010년 계기가 된 타격은 안타나 홈런이 아닌 외야 뜬공 희생타였다"면서 "그러나 몸쪽 공을 시원하게 때리면서 '내 스윙을 했다'는 느낌이 왔다"고 돌아봤다. 가슴 속에 막혔던 무엇인가가 뚫렸다는 것이다.
올해는 아직 그 순간이 오지 않았다. 홍성흔은 "점점 스윙이 늦어져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해 폼을 수정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면서 "곧 느낌이 올 것"이라고 다시금 힘주어 말했다.
홍성흔은 또 "아직 계약 기간이 2년 더 남았다"고도 했다. 지난 2012시즌 뒤 홍성흔은 두산과 4년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고 4년 동안 뛰었던 롯데를 떠나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공교롭게도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2010년은 올해처럼 FA 2년차였다.
일단 홍성흔은 8일 희생번트 포함, 2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과연 홍성흔이 말하는 순간이 스파크처럼 일어 '어게인(Again) 2010'이 재현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