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야당의원도 아닌 여당의 중진의원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이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는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이재오 의원은 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가?"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재오 의원이 직접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거냐?
이재오 의원은 어제(8일) 아침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청, 야당에 한 말씀드리겠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이 글에서 "2012년 대선 직전에 대통령께서는 <저와 새누리당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을 폐지하겠습니다.> 이렇게 약속하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라고 전제를 했다. 그러면서 1번에서 4번까지 대통령의 사과와 야당의 반성, 새누리당의 선택, 야당의 회군 불가피성을 나누어서 언급했다.
이 의원은 1번에서 "약속을 중시하시는 대통령께서는 국민들에게 사과하셔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폐지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왜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것이냐?
= 이재오 의원은 기자들의 전화를 거의 받지 않는다. 방송인터뷰에도 출연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통령의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이유에 대해 직접 듣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재오 의원의 주변 핵심인물들을 통해 왜 이런 요구를 했는지를 들어봤다.
일단은 이재오 의원이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재오 의원 측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 의원이 당내에 세력도 없고 비주류이긴 하지만 5선 의원이고 나이고 있으니 이제는 정치를 하면서 국민을 보고 옳은 방향으로 얘기를 해야 하지 않겠나 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기초 자치단체 공천문제는 선거라는 게임의 룰과 같은 것인데 여당은 공천하고 제1야당은 공천을 하지 않는 건 불공정한 게임이므로 선거판이 형성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랬을 경우 그 후유증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야가 대선 당시의 기초단체 무공천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됐다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솔직하게 경위를 설명한 뒤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판이 깨지지 않고 게임의 룰이 바로 잡힌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이유는 선거가 임박해지면 야당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건 많이 나간 것 아닌가?
= 그 점에 대해서 이재오 의원 쪽에서는 대통령을 공격하려는 그런 의도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오 의원 측의 핵심관계자는 "대통령 사과를 요구한 것은 대통령을 궁지에 몰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약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서 깨끗하게 사과하는 게 오히려 모양새도 그렇고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이나 야당이 모두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대통령과 야당이 국민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고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얘기다.
대통령이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면 직접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국민이 이해를 하게 될 거라는 아주 원론적인 지적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당 대표도 아니고 원내대표인 최경환 의원이 나서서 사과를 했다. 이른바 대리사과를 한 것이다. 약속은 대통령이 대선후보로서 한 것인데 사과는 여당의 원내대표가 하는 이런 사과를 국민들이 진정한 사과라고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 이재오 의원이 기초선거 공약문제를 이번에 처음 언급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 그렇다 이재오 의원은 처음에는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다가 무공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대통령과 야당이 무공천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올 들어 지난 1월 19일 트위터에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민과 함께 한다는 정치를 말로만 하지 말고 공약한대로 기초자치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을 쫓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문제는 국민들 다수가 공천이 가져오는 정치적 폐해가 너무 크다는 것과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온갖 이유를 댄다는 것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면서 공약이행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어 "수원 사건이 사실이라면 중앙당 검찰에 직접 고발하고 청와대는 관련자를 즉각 해임해야 한다"면서 "광역단체장 경선은 전략 공천은 안 된다. 후유증이 너무 클 것"이라며 "기초자치선거 공천은 지금이라도 대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이어서 지난달 14일에는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정면비판을 한 적이 있다.
이재오 의원은 "그 참, 무슨 놈의 당이 일 년 내내 예, 예 소리만 하나?"라면서 "365일 중 하루라도 통촉하소서! 해야지 그 참 꼬라지가 말이 아니네"라면서 "아니 드라마에도 왕조시대도 신하들이 성은이 망극 하옵니다, 하다가도 가끔은 통촉하소서! 하는 거 못 봤나? 그 참 위만 쳐다보느라고 목 좀 빠졌겠구먼, 아니 그러고 맨날 받아 적기만 하면 되나?"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그 참 공천폐지 대신 뭐라나 공천을 국민의 손에 돌려준다고 해놓고, 전략공천은 없다고 하고서 도처에 자기사람 심으려고 전략공천이라고 내미니까 힘없는 사람이야 앞에서 예 하지만 뒤에서는 욕이 바가지로 나오지 이래갖고 당이 되겠나?" 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앞으로도 이런 소신발언을 계속하나?
= 그럴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의원 측 핵심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을 보고 옳은 얘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5선 정치인에 45년생으로 일흔의 나이가 됐으니 할 말은 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기류는 이재오 의원의 SNS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재오 의원은 지난해 12월 30일 트위터에 "2014년 사자성어를 '中流砥柱(중류지주)'로 했다"면서 "지주란 황하 가운데 있는 산으로 격류 속에서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서 온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난세에 있으면서도 절조를 굳게 지킨다는 뜻"이라고 해석까지 달면서 "2014년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그럴수록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잘 지켜야겠습니다"라는 결심의 글을 올렸다.
그 이후 소신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1월 9일에는 한비자의 고사를 인용해 "行小忠 則 大忠之賊也(행소충 즉대충지적야)는 '작은 충성을 하는 것이 곧 큰 충성의 적이 된다'는 뜻의 글을 올렸다. 이 고사는 과거부터 주군의 입맛에만 맞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부하가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쓰여 왔다.
1월 19일에는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민과 함께 한다는 정치를 말로만 하지 말고 공약한대로 기초자치 공천을 폐지해야한다. 눈앞에 이익을 쫓다가 낭패할 수 있다"면서 "당 지도부에 거듭 촉구한다. 정치개혁은 올해가 최적기다 나라의 미래를 큰 눈으로 바라보기 바란다."고 했다.
3월 2일에는 "당의운영을 군사독재 시절의 여당과 같이 해서는 안 된다. 최근 당 운영이 청와대만 바라보는 듯한 무기력한 모습이다. 당의 인사관리에 끊임없는 잡음이 당내 민주화에 역행하고 있다."면서 "당은 청와대 국정원 검찰 등 권력기관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한다. 당은 정권 재창출의 주체인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13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여당은 정치개혁을 등진 정당처럼 되어버렸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동안 정치를 국정원과 검찰이 다 했기 때문에 그렇다. 여당은 국정원과 검찰 뒷바라지하다가 볼일 다 봤다"고 질타했다.
이재오 의원은 앞으로도 당 중진연석회의나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할 말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의원의 한 측근은 "언론인터뷰는 당분간 하지 않을 계획"이라면서
"앞으로도 SNS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