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이재오는 왜 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가?"

"5선 의원, 칠순의 나이에 국민을 보고 옳은 얘기를 하겠다는 의지"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야당의원도 아닌 여당의 중진의원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이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는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이재오 의원은 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가?"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재오 의원이 직접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거냐?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자료사진
= 그렇다. 5선의 이재오 의원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 자치단체 공천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이재오 의원은 어제(8일) 아침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청, 야당에 한 말씀드리겠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이 글에서 "2012년 대선 직전에 대통령께서는 <저와 새누리당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을 폐지하겠습니다.> 이렇게 약속하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라고 전제를 했다. 그러면서 1번에서 4번까지 대통령의 사과와 야당의 반성, 새누리당의 선택, 야당의 회군 불가피성을 나누어서 언급했다.

이 의원은 1번에서 "약속을 중시하시는 대통령께서는 국민들에게 사과하셔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폐지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이재오 페이스북 캡처
2번에는 "함께 약속한 야당 또한 치밀하지 못한 협상력과 치열하지 못한 투쟁력으로 공약 실천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에 대해서 반성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3번에는 "새누리당은 눈앞에 이익을 택할 것인가, 선거후 거센 정치적 혼란을 택할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고 한 뒤 4번에서는 "선거는 공평하게 치러져야 합니다. 여당은 공천하고 야당은 무공천하고 치러지는 선거는 그 결과가 공평하지 못합니다. 피차 공약을 못 지키는 상황에서 야당의 '회군'은 불가피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사람의 정치인으로 말씀드립니다"라고 끝을 맺었다.

▶왜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것이냐?

= 이재오 의원은 기자들의 전화를 거의 받지 않는다. 방송인터뷰에도 출연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통령의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이유에 대해 직접 듣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재오 의원의 주변 핵심인물들을 통해 왜 이런 요구를 했는지를 들어봤다.

일단은 이재오 의원이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재오 의원 측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 의원이 당내에 세력도 없고 비주류이긴 하지만 5선 의원이고 나이고 있으니 이제는 정치를 하면서 국민을 보고 옳은 방향으로 얘기를 해야 하지 않겠나 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기초 자치단체 공천문제는 선거라는 게임의 룰과 같은 것인데 여당은 공천하고 제1야당은 공천을 하지 않는 건 불공정한 게임이므로 선거판이 형성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랬을 경우 그 후유증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야가 대선 당시의 기초단체 무공천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됐다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솔직하게 경위를 설명한 뒤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판이 깨지지 않고 게임의 룰이 바로 잡힌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이유는 선거가 임박해지면 야당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료사진
이재오 의원의 한 측근은 "야당이 회군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데 그렇게 될 경우 수도권은 팽팽한 1:1 대결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여당에서는 지역에서 모두 이긴다는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어서 우려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여당은 1명인데 비해 야당에서는 후보가 난립하는 형국이니 선거 해보나 마나라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오 의원이 이런 당의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개사과와 야당 회군의 불가피성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건 많이 나간 것 아닌가?

= 그 점에 대해서 이재오 의원 쪽에서는 대통령을 공격하려는 그런 의도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오 의원 측의 핵심관계자는 "대통령 사과를 요구한 것은 대통령을 궁지에 몰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약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서 깨끗하게 사과하는 게 오히려 모양새도 그렇고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이나 야당이 모두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대통령과 야당이 국민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고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얘기다.

대통령이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면 직접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국민이 이해를 하게 될 거라는 아주 원론적인 지적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당 대표도 아니고 원내대표인 최경환 의원이 나서서 사과를 했다. 이른바 대리사과를 한 것이다. 약속은 대통령이 대선후보로서 한 것인데 사과는 여당의 원내대표가 하는 이런 사과를 국민들이 진정한 사과라고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 이재오 의원이 기초선거 공약문제를 이번에 처음 언급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 그렇다 이재오 의원은 처음에는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다가 무공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대통령과 야당이 무공천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올 들어 지난 1월 19일 트위터에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민과 함께 한다는 정치를 말로만 하지 말고 공약한대로 기초자치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을 쫓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문제는 국민들 다수가 공천이 가져오는 정치적 폐해가 너무 크다는 것과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온갖 이유를 댄다는 것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면서 공약이행을 촉구했다.

이재오 SNS 캡처
이재오 의원은 지난달에도 (3월 8일) "수원에서 청와대 비서관이 공천에 개입해 사실상 공천을 다 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런 지역이 여기밖에 없겠냐?"면서 "이것만 봐도 기초공천은 대선 공약대로 폐지하고 중앙당은 수원뿐만 아니라 전 지역에 조사단을 급파해서 사전 공천 여부를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수원 사건이 사실이라면 중앙당 검찰에 직접 고발하고 청와대는 관련자를 즉각 해임해야 한다"면서 "광역단체장 경선은 전략 공천은 안 된다. 후유증이 너무 클 것"이라며 "기초자치선거 공천은 지금이라도 대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이어서 지난달 14일에는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정면비판을 한 적이 있다.

이재오 의원은 "그 참, 무슨 놈의 당이 일 년 내내 예, 예 소리만 하나?"라면서 "365일 중 하루라도 통촉하소서! 해야지 그 참 꼬라지가 말이 아니네"라면서 "아니 드라마에도 왕조시대도 신하들이 성은이 망극 하옵니다, 하다가도 가끔은 통촉하소서! 하는 거 못 봤나? 그 참 위만 쳐다보느라고 목 좀 빠졌겠구먼, 아니 그러고 맨날 받아 적기만 하면 되나?"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그 참 공천폐지 대신 뭐라나 공천을 국민의 손에 돌려준다고 해놓고, 전략공천은 없다고 하고서 도처에 자기사람 심으려고 전략공천이라고 내미니까 힘없는 사람이야 앞에서 예 하지만 뒤에서는 욕이 바가지로 나오지 이래갖고 당이 되겠나?" 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앞으로도 이런 소신발언을 계속하나?

= 그럴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의원 측 핵심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을 보고 옳은 얘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5선 정치인에 45년생으로 일흔의 나이가 됐으니 할 말은 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기류는 이재오 의원의 SNS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재오 의원은 지난해 12월 30일 트위터에 "2014년 사자성어를 '中流砥柱(중류지주)'로 했다"면서 "지주란 황하 가운데 있는 산으로 격류 속에서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서 온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난세에 있으면서도 절조를 굳게 지킨다는 뜻"이라고 해석까지 달면서 "2014년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그럴수록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잘 지켜야겠습니다"라는 결심의 글을 올렸다.

그 이후 소신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1월 9일에는 한비자의 고사를 인용해 "行小忠 則 大忠之賊也(행소충 즉대충지적야)는 '작은 충성을 하는 것이 곧 큰 충성의 적이 된다'는 뜻의 글을 올렸다. 이 고사는 과거부터 주군의 입맛에만 맞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부하가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쓰여 왔다.

1월 19일에는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민과 함께 한다는 정치를 말로만 하지 말고 공약한대로 기초자치 공천을 폐지해야한다. 눈앞에 이익을 쫓다가 낭패할 수 있다"면서 "당 지도부에 거듭 촉구한다. 정치개혁은 올해가 최적기다 나라의 미래를 큰 눈으로 바라보기 바란다."고 했다.

3월 2일에는 "당의운영을 군사독재 시절의 여당과 같이 해서는 안 된다. 최근 당 운영이 청와대만 바라보는 듯한 무기력한 모습이다. 당의 인사관리에 끊임없는 잡음이 당내 민주화에 역행하고 있다."면서 "당은 청와대 국정원 검찰 등 권력기관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한다. 당은 정권 재창출의 주체인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이재오 의원.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3월 10일에는 "증거 위조 논란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고 밝히면서 "사실 국정원장은 댓글 문제,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문제 등 정치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그때마다 당은 국정원 감싸기에 급급했다. 공당으로서 도가 넘었다"고 새누리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13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여당은 정치개혁을 등진 정당처럼 되어버렸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동안 정치를 국정원과 검찰이 다 했기 때문에 그렇다. 여당은 국정원과 검찰 뒷바라지하다가 볼일 다 봤다"고 질타했다.

이재오 의원은 앞으로도 당 중진연석회의나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할 말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의원의 한 측근은 "언론인터뷰는 당분간 하지 않을 계획"이라면서
"앞으로도 SNS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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