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법 "콘돔 법안은 합헌"…15년 만에 발효

필리핀 대법원이 빈곤층 가족계획을 지원하는 이른바 '콘돔법안(출산보건법)'을 둘러싼 해묵은 정교 분쟁에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8일 낮(현지시간) 출산보건법에 대한 표결에서 만장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ABS-CBN, GMA방송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테오도어 테 대법원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대법원의 결정 내용을 공개하면서 "출산보건법은 위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 최대의 교세를 자랑하는 가톨릭 교계와 정부의 오랜 대립으로 표류하던 관계 법률은 무려 15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대법원은 그러나 필리핀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톨릭 교계의 입장을 고려, 출산보건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무효라고 결정했다.


필리핀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보건소 등지에서 빈곤층을 대상으로 콘돔과 피임약을 무료로 배포, 가족계획을 지원하고 학교에서도 성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아울러 일선 공중보건 담당 직원들에 대한 가족계획교육이 실시되고 낙태를 한 여성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도 가능해지는 등 필리핀 사회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관계법 제정을 주도해온 여당 의원들은 "정교분리 원칙을 뒷받침하고, 나아가 보건과 사회경제발전 등 사회문제에서 정부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기념비적인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반면에 출산보건법 발의단계부터 반대 캠페인을 전개해온 가톨릭 교계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가톨릭 교계는 지난 2012년 12월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이 관계법안에 서명, 발효시키자 대법원에 무효를 주장하는 청원을 내 효력 발생을 무려 1년 이상 중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아키노 대통령 역시 약 8천만 명에 달하는 신도를 거느린 가톨릭 교계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 관계법 서명을 상당기간 미루기도 했다.

가톨릭 교계는 출산보건법이 발효되면 교회의 핵심 가치가 훼손되고 풍기문란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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