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경북 칠곡에서 계모가 마구 폭행해 숨진 8세(초교 2년) 여아 A양의 언니가 비공개 증언에서 한 말이다.
숨진 여동생보다 4살이 많은 언니는 지난달 대구지법 판사실에서 비공개 증언을 통해 사건 당시 계모의 범행을 소상하게 밝혔다.
이 같은 정황을 두고 계모의 범죄행위가 상해치사인지, 살인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지검은 계모 임씨(35)를 기소하면서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상해치사죄는 사람의 신체에 상처를 입혀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성립되는 범죄로 고의(미필적 고의 포함)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범죄인 '살인죄'와는 구별된다.
검찰은 숨진 A양이 임씨에게 폭행당한 뒤 장기 파열로 인한 복막염으로 이틀 지나 숨져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시민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상해치사 혐의가 아니라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씨가 범행 당일 오랜 시간에 걸쳐 A양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한 점에서 그 이유를 들고 있다.
즉 성인이 몇 시간에 걸쳐 8살 어린이의 배를 발로 밟고, 주먹으로 때렸다면 폭행을 당한 어린이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견할 수 있다는 것.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성립된다는 견해다.
지난해 울산에서 소풍을 가고 싶다는 8살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 사건에서 검찰은 사망한 어린이의 갈비뼈 16개가 부러지는 등 폭행의 정도가 심한 점을 이유로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울산지검은 "계모가 아이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도록 주먹과 발로 폭력을 행사한 사실을 인정해 범행 당시 살인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며 살인 혐의 적용이유를 밝혔다.
대구지역 한 변호사는 "칠곡 사건의 경우 이틀 후 숨졌다는 점에서 울산 사건과 다르다"면서 "그러나 범행 당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어 살인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지검 측은 "내부적으로 계모 임씨에 대해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했지만 피해 어린이가 이틀후 숨진 점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울산 사건의 경우 계모가 아이의 가슴을 밟아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려 즉사하게 함으로써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 것"이라며 "칠곡 사건의 경우 뼈 부상이 없고 장기 파열에 의한 복막염으로 이틀 뒤에 숨져 살인 고의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민 서모(43)씨는 "누가봐도 계모 임씨가 'A양이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 폭력을 휘두른 만큼 살인 혐의를 적용해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과 법조계의 이런 지적이 있지만 이미 결심공판이 열렸고, 선고공판도 오는 11일 있을 예정이어서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검찰이 변론 재개 신청을 해서라도 임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구의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검찰이 변론 재개를 신청한 뒤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을 다시 하던가, 항소심에서라도 공소장을 변경해 엄한 처벌을 해야지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이 변론 재개 신청을 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대구 법원의 한 관계자는 "계모 임씨의 구속 만료일이 오는 14일로 알고 있다"며 "담당 재판부가 잘 판단하겠지만 검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하려면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이 가정에서 아동학대가 2012년 10월부터 있었다. 부모의 공동학대 4회, 계모 단독학대 10회, 아버지 단독 학대 7회로 확인했다"면서 "주로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거나 '말 안들으면 시설에 보내겠다'는 등의 정서적 협박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