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도시 도네츠크와 하리코프 주민들이 7일(현지시간) 각각 독립 공화국 창설을 선언하고 이 같은 지위를 확정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움직임을 러시아가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분리주의자들을 진압하기위해 특수부대원들을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도네츠크 친러 시위대 독립 선언 =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도네츠크 주정부 청사를 점거했던 친러 시위대는 이튿날 오전 청사 안에서 자체 회의를 열고 도네츠크 공화국 주권 선언서를 채택했다. 시위대는 이 선언서가 독립 도네츠크 공화국 건설을 위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이어 기존 도네츠크 주의회를 대체할 주민의회 구성을 선포하고 도네츠크 공화국 창설과 공화국의 러시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 계획을 밝혔다. 시위대는 5월 11일 이전에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 같은 계획을 다른 동부 도시 하리코프와 루간스크의 친러 시위대와 조율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주의회가 도네츠크주의 지위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 문제를 토의하기 위한 비상회의를 소집하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시위대는 이어 주민의회 이름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앞으로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달라는 호소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러시아 평화유지군 만이 무기와 피를 통해 권력을 잡은 키예프 깡패 집단에 제대로 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주정부 청사 건물 앞에 걸려있던 주 깃발을 내리고 정치 단체 '도네츠크 공화국' 깃발을 게양하기도 했다.
도네츠크의 친러시아계 주민 2천여 명은 하루 전 주정부 청사 앞에서 도네츠크주의 분리·독립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청사 건물을 점거했었다.
◇ 하리코프 시위대도 독립 공화국 창설 선언 = 또다른 동부 도시 하리코프에서도 이날 주정부 청사 안에 진을 친 100여명의 시위대가 스스로를 '대안 의원'이라고 선언하고 독립 하리코프 공화국 창설을 선포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친러시아계 시위대는 이날 저녁 7시께 주정부 건물 1층 입구에서 하리코프 주의회 불신임을 선언한 뒤 이같이 밝혔다. 시위대는 독립 하리코프 공화국 창설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어 실각 후 러시아에 망명 중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이날 회합을 합법화해줄 것을 요청하고 러시아 정부엔 중재자로서 안전한 주민투표 실시를 보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루 전 하리코프 주정부 청사를 점거했던 시위대는 이날 일단 건물 전체에 대한 봉쇄는 해제했으나 일부 시위대가 여전히 건물 안에 남아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건물 안에서 시위대가 1층 안으로 진입하는 것을 통제하고 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일부 시위대가 주정부 청사 건물 입구에 타이어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날 하리코프주, 도네츠크주, 루간스크주 등 동부 3개 주로 다른 지역에서 차출한 치안 병력을 충원 배치했다고 아르센 아바코프 내무장관이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법기관 관계자는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주로 폭동 진압을 위한 3개 전투 부대가 투입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내무군 산하 부대와 극우민족주의 성향 정치단체 '프라비 섹토르'(우파진영) 소속 무장세력들로 구성된 국가 근위대 산하 부대, 내무부 산하 특수부대원들로 위장한 미국 용병부대 '블랙워터'(Blackwater) 대원들이라고 이 관계자는 소개했다.
◇ 우크라 총리 "우크라 분리·파괴 노리는 러시아 시나리오" =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움직임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리아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도네츠크와 하리코프 등에서 무력으로 주정부 청사들을 점거한 시위대에 대해 대(對)테러 작전 차원의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분리주의와 무력 사용은 정치가 아닌 범죄"라며 "이 같은 범죄자들에 대해선 적절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부 도시들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 사태는 크림 시나리오를 동부 지역에서 재현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도 이날 오전 내각 회의를 시작하면서 "동부 지역에서 반(反) 우크라이나 계획이 실행되고 있다"며 "이 계획은 국가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고 외국(러시아) 군대가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방제 채택 주장 등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말살하고 국가를 분리·파괴하는데 목적을 둔 러시아의 시나리오"라고 비난했다.
그는 "동부 지역의 각 도시들에서 외국(러시아) 정보기관들과 행동을 조율하는 약 1천500명 정도의 과격 세력들이 6일 시위를 벌여 주정부 건물 점거와 혼란을 기도했다"고 주장했다.
야체뉵은 이어 러시아가 여전히 국경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시키지 않고 있다면서 "러시아군 병력이 국경에서 30km 지대 안에 주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비탈리 야레마 제1부총리를 도네츠크로, 아바코프 내무장관을 하리코프로 급파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여당 소속 하원 의원 뱌체슬라프 니코노프는 "키예프 정부가 (동부지역으로) 군대를 투입하거나 특수부대를 동원할 경우 더 큰 혼란과 러시아의 개입을 초래할 것"이라며 "상원이 푸틴 대통령에게 허용한 군대 사용권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를 인정하기 위한 조건은 우크라이나의 연방제 채택을 위한 개헌과 러시아어의 제2공식어 지위 인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