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완다 대학살 책임론 재점화

80여만 명이 희생된 르완다 학살 20주년을 맞아 프랑스의 대학살 책임론이 다시 제기됐다.

7일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대학살에 직접 참여했다고 프랑스 책임론을 되풀이하면서 양국 관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르완다 "프랑스군 대학살 공범이자 주역" vs 프랑스 "역사 날조"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6일 발간된 아프리카 시사주간지 '죈 아프리크'(Jeune Afrique)와 인터뷰에서 "벨기에와 프랑스가 르완다 집단학살의 정치적 준비과정에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비난했다.

카가메 대통령은 "프랑스 군인들이 대학살의 공범이자 주역이었다"면서 프랑스가 대학살에 참여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학살이 벌어질 당시 프랑스 외무장관인 알랭 쥐페는 "카가메의 발언은 역사를 날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전 프랑스 외무장관도 "프랑스의 정치적 실수를 비판할 수 있지만, 대학살에 직접 참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카가메 대통령이 프랑스의 대학살 참여를 주장한 것은 화해에 역행하는 언사라며 크리스티안 토비라 법무장관의 르완다 20주기 추모행사 참석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참석자의 급을 한 단계 낮춰서 주르완다 프랑스 대사를 7일 대학살 추모행사에 보내기로 했으나 르완다 정부는 참석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통보했다.

루이스 무시키와보 르완다 외무장관은 "르완다와 프랑스가 가까워지려면 어렵지만,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프랑스의 책임 인정을 촉구했다.


◇프랑스, 대학살 정권에 군사훈련·무기지원 책임론

벨기에의 옛 식민지로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르완다와 프랑스는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사건 이래 오랜 기간 긴장상태가 계속됐다.

르완다의 다수족인 후투족은 지난 1994년 4월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암살되자 종족 갈등을 빚어온 소수민족 투치족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학살에 나섰다.

불과 100여 일 만에 투치족 80만 명과 온건파 후투족 수만 명이 희생됐으며 이 학살극은 카가메 현 대통령이 이끄는 투치족 반군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끝났다.

카가메 대통령과 르완다 정부는 이후 대학살 당시 후투족 정부와 가장 가까운 나라였던 프랑스군이 후투족을 훈련하고 학살 기간에 무기를 지원했다고 그동안 주장해 왔다.

또 프랑스가 대학살에 연루된 르완다 고위 관계자의 출국을 도왔다고 여러 차례 비난했다.

르완다 정부는 2008년 대학살 정부 보고서에서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도미니크 드 빌팽 전 프랑스 총리 등 프랑스 정치인과 군부 인사 33명이 대학살 연루자라고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르완다는 대학살을 촉발시킨 후투족 대통령 전용기 격추 사건에 대한 프랑스의 수사에 반발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대학살을 자행한 르완다 정권을 지원했다거나 학살에 참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당시 상황 판단에 실수가 있었다고만 인정했다.

2010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르완다를 방문해 "1994년 르완다 대학살 당시 프랑스와 다른 국제기구 회원국의 실수가 있었다"고 처음으로 프랑스의 잘못을 일부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또 프랑스 법원이 지난달 르완다 집단 학살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르완다군 장교 파스칼 심비캉와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는 등 대학살 과거 청산에 나섰으나 프랑스 책임론이 다시 제기되면서 양국 관계는 당분간 어려워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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