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노역' 허재호-'비리낙인' 선재성 판사의 악연

선 판사 "대주 계열사 불법행위 고발하려다가 역공" 주장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노역 파문'으로 허 전 회장과 수년간 '비리 판사'의 멍에를 써 온 선재성(사법연수원 교수) 부장판사의 악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선 부장판사는 광주지법 수석부장 시절 대주그룹 계열사들을 법정관리하면서 그룹 내 불투명한 자금거래를 문제 삼아 허 전 회장 고발을 검토했지만 도리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자신이 기소됐다.

선 부장판사와 허 전 회장의 악연은 2006년 대주 계열사인 대한페이퍼텍과 대한시멘트가 광주지법에 기업회생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선 부장판사는 법정관리를 맡은 파산부 재판장, 허 전 회장은 대주그룹의 총수였다.

대한시멘트는 대주건설 등 계열사에 2천490여억원을 대출했다가 2천30여억원을 회수하지 못했으며 대한페이퍼텍도 480여억원을 대출했다가 돌려받지 못했다.


선 부장판사는 두 회사의 파탄 원인이 대주건설 등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지원에 있다고 보고 지배 주주인 허 전 회장과 지원 결정에 참여한 이사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선 부장판사는 대한시멘트와 대한페이퍼텍의 공동 관리인들을 불러 허 전 회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 행사를 위해 민·형사상 조치를 해 일부라도 돌려받도록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법률 자문이 필요할 테니 자신의 친구인 변호사를 찾아가보도록 한 것이 자충수가 됐다.

선 부장판사는 직무상 관련 있는 법률 사건·사무의 수임에 관해 당사자를 특정한 변호사에게 소개·알선한 사실이 인정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압수수색 등 전면적인 검찰 수사 끝에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국 변호사법 위반죄만 인정됐다.

검찰은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재판 관할이전을 신청했고 대법원이 사상 최초로 이를 받아들여 항소심 재판을 서울고법이 맡기도 했다.

선 부장판사는 2011년 불붙은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과 검찰 수사의 배경에 대주그룹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계열사 간 자금 몰아주기에 제동을 걸고 민·형사 조치를 검토하는 데 대한 반발로 언론 제보, 검찰 투서 등으로 보복성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법정관리 과정에서 대주 측의 배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려다가 역공을 당한 것 같다"며 "당시 책임을 모면하고 별도의 조세포탈·횡령 혐의로 기소된 허 전 회장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변호사비로만 50억원을 썼다는 설은 건설업계에서 확인된 내용"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길 건너에 있는 범법자를 잡더라도 횡단보도로 건넜으면 좋았을 텐데 무단횡단을 했다"며 변호사법 위반과 관련한 잘못은 인정했다.

선 부장판사는 벌금형 외에도 대법원으로부터 정직 5개월 징계를 받았으며 2011년 사법연수원 교수로 발령나 재판업무에서 배제된 뒤 아직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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