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감독의 밝은 표정은 이해가 된다. 유재학 감독은 왜 그랬을까.
문태종을 전담 수비하는 이지원이 크리스 메시의 스크린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문태종을 따라가 손을 뻗어 견제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내내 그랬다. 문태종이 오픈 기회에서 슛을 던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 상대 수비의 견제에 맞선 채 슛을 쐈다.
상대의 모든 슛을 막을 수는 없다. 최선의 수비는 상대가 가급적 어려운 위치에서 어렵게 슛을 던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 자체로 박수를 받을만 하다. 이후 슛의 성공 여부는 공격하는 선수의 능력에 달렸다.
문태종은 상대의 견제를 이겨내고 양팀 선수 중 가장 많은 25점을 올렸다. 야투 11개를 던져 9개를 성공시키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3점슛 성공률은 100%였다. 4개를 던져 모두 림에 꽂았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문태종에게 쉬운 슛을 준 것은 아니다. 그 선수가 타짜다"라고 말했다. 농구에서 '타짜'는 '기술자'라는 표현으로도 쓰이는데 득점력과 기술, 경기를 읽은 능력을 모두 갖춘 해결사를 의미한다.
문태종은 1쿼터에 15점을 올리는 등 2쿼터까지 20점을 기록했다. 모비스에게는 치명적인 점수가 됐다. 모비스는 4쿼터 막판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결국 LG가 76-73으로 승리했다. LG가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갔다.
▲LG가 자랑하는 '농구 기술자' 문태종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문태종이 자신보다 10cm 정도 작은 이지원을 상대로 수차례 포스트업 득점을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상대를 등지고 들어가다 자세를 바꿔 자신의 장기인 중거리슛으로 수차례 득점을 만들어냈다.
문태종이 포스트업을 시도하면 모비스로서는 나쁘지 않다. 모비스가 두려워하는 것은 문태종의 3점슛이다. 문태종이 3점슛을 넣으면 팀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 모비스는 문태종이 골밑으로 들어왔을 때 대비책을 마련해뒀다.
그러나 문태종은 골밑과 3점슛 라인의 중간 지점, 퍼리미터(perimeter)로 불리는 지역에서 이지원을 상대로 여러차례 득점을 만들어냈다. 도움 수비를 잘못 갔다가는 골밑과 외곽 수비가 한꺼번에 구멍이 뚫릴 수 있는 위험한 지역이다.
문태종은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있게 상대 수비에 맞섰다. 풍부한 경험은 이래서 무섭다.
문태종은 "오늘이 세 번째 경기라 상대 수비에 어느 정도 적응됐다. 누가 나를 막아도 신경쓰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3차전은 문태종의 슛 감각이 제대로 발휘된 날이다. 유재학 감독의 말처럼 모비스의 수비는 나쁘지 않았다. 문태종은 적응이 됐다고 자신했다. 6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4차전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