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케이신문은 5일자 인터넷판에서 '아사다 '세계 여왕'에 트집 잡은 한국 미디어, 승자에 대한 존경이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아사다가 지난달 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했지만 한국 언론들이 '리스펙트(존경, Respect)'가 없는 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아사다가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78.50점)을 0.16점 경신하는 등 통산 3번째 우승했다"면서 "그러나 이 쾌거에 재미없는 것이 한국 미디어"라고 지적했다.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국민 여동생'으로 절대 인기를 누리는 김연아의 세계 1위 기록이 깨져 아사다의 우승에 '인색하게 굴었다'"는 것이다.
한국 언론 중 중앙일보를 예로 들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30일 중앙일보 인터넷판 기사 중 "아사다가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세운 역대 최고점 228.56점은 넘을 수 없었다"는 부분이 안도감이 배인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아사다가 실수를 연발하면서 정상에 섰는데 다른 선수들도 실수로 점수를 얻지 못해 가능한 일이었다"는 표현을 문제 삼았다. 승자에 대한 '리스펙트' 존경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올림픽보다 30점 이상 점수 상승?
통상 올림픽에 초점을 맞췄던 선수들이 이후 대회에서 집중력이 떨어졌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에 적잖은 한국 언론들은 아사다가 연기를 잘 하긴 했지만 자국 대회의 이점을 업었다는 점을 덧붙였다.
아사다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도 트리플 악셀 등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73.78점을 받아 김연아에 4점 이상 뒤졌다. 전성기에서 4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역대 최고점 경신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소치올림픽 당시 아사다는 엉덩방아를 찧는 등 쇼트프로그램에서 55.51점 16위에 머물렀다. 그 충격으로 프리스케이팅에서 혼신의 연기를 다한 뒤 눈물을 쏟기도 했다.
물론 세계선수권 연기가 훌륭했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30점 이상이 오른 것이다. 두 대회를 모두 중계한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사다를 비롯한 선수들이 잘 하긴 했다"면서도 "일본이 아사다의 마지막 대회를 성대하게 치러주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韓 언론, 소치올림픽 피해 의식 깔려 있어"
이 신문은 "일반적으로 '실패'라는 표현은 넘어지는 '전도'(顚倒)를 연상하게 된다"면서 "그러나 아사다는 그랑프리 4차 대회 당시 트리플 악셀에서 다소 회전 부족과 양발 착지가 있었지 전도 등의 큰 실수가 있던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한국 언론 보도의 기저에는 소치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개최국 러시아에 당한 불공정 판정 문제가 무겁게 깔려 있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중앙일보가 '피겨가 소치올림픽을 계기로 홈 이점 논쟁이 재차 불거졌다'고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다른 한국 언론인 조선일보가 29일자에서 '김연아 은퇴 후 아사다 천하?'라는 제목으로 '고난도 기술을 장려하는 ISU 경향에 따라 아사다가 현역 연장할 경우 유리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면서 "(아사다를) 김연아와 비교하지 않으면 기사가 들어가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산케이신문의 이같은 보도는 세계선수권에서 아사다가 받은 점수에 대한 일종의 열등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말 아사다가 역대 최고점이 온당했다면 이런 보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피겨 기자이자 작가인 타무라 아키코는 최근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김연아보다 카롤리나 코스트너가 더 어울린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외에 우승자는 코스트너가 더 가깝다는 것이었다.
자국 스타 아사다는 올림픽에서 6위에 머물며 입상권에도 들지 못한 가운데 한국 선수의 금메달 자격을 물은 것이다. 러시아의 편파 판정에 김연아가 피해를 봤다고 인정한 미국 NBC와 프랑스 레퀴프 등 세계 유수의 언론들과는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