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문태종도 호평한 양우섭의 '얼굴 수비'

창원 LG의 양우섭 (사진/KBL 제공)
"지금까지 막아본 선수 중에 가장 힘듭니다"

프로농구 창원 LG의 포인트가드 양우섭(29)은 명지고, 고려대 시절부터 폭발적인 운동능력으로 유명한 선수였다. 185cm의 비교적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덩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만큼 점프력이 좋았고 스피드와 순발력 역시 수준급이었다.

아마추어 시절 때부터 양우섭에게 상대 백코트 에이스를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양우섭이 가진 운동능력과 넘치는 활동량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양우섭이 지금까지 전담 수비를 했던 선수 중 가장 어려웠던 상대는 누구일까.

양우섭은 주저없이 "양동근 선배"라고 답했다.

양우섭은 "그동안 많은 선수들을 막아봤지만 '페이스 가딩'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근이 형이 힘도 세고 빠르기 때문에 무척 막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페이스 가딩'이란 한 선수가 자신이 막는 선수의 얼굴만 바라보며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수비를 말한다. 막는 선수와 뚫어야 하는 선수가 경기 내내 서로의 얼굴을 보며 농구를 하는 셈이다.

김진 감독은 울산 모비스와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양우섭에게 "4대4를 해도 괜찮으니까 양동근만 따라다녀라"고 지시했다.

양우섭은 수비시 공의 움직임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오로지 양동근만 바라봤다.

양우섭의 수비는 효과적이었다. 호평을 받았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 이어 5일 오후 울산으로 장소를 바꿔 열린 3차전에서도 3쿼터까지 양동근의 득점을 2점으로 묶었다.

양우섭은 "아예 공도 못잡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뒤에 있는 선수들을 믿고 최대한 3점슛을 주지 않으려고 집중하고 있다. 감독님에게 얘기를 들었을 때 예전부터 해왔던 거라 그다지 중압감은 없었다"고 말했다.

3차전 4쿼터는 양우섭에게 아찔한 시간이 됐다. 양동근이 무려 17점을 몰아넣으며 모비스의 대반격을 이끈 것이다. 양우섭은 "형이 많이 힘들어보이는데도 슛은 잘 넣더라. 하나 둘 슛을 먹기 시작하니까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양우섭의 수비는 LG가 첫 패배 뒤 2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문태종도 양우섭의 수비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문태종은 "1점부터 10점까지 있다면 10점 만점을 주고 싶다. 지난 2차전에서 많은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고 계속 적극적으로 잘하고 있어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양우섭 때문에 양동근이 지금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 앉은 문태종의 칭찬에 양우섭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하이파이브를 제안했다. 문태종도 유쾌하게 받아줬다. 25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끈 문태종, 수비에서 제 몫을 다한 양우섭. 공수를 이끈 승리의 주역들의 하이파이브는 묵직한 느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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