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초등생부터 단체교섭… 우리 교실은?

[알아야 요구하죠: 노동교육③]경기도교육청, 전국 최초 초·중·고교용 노동인권 교과서 제작

청소년 10명 가운데 3명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 청소년 대부분은 앞으로도 수십 년간 노동자로서 땀 흘려 일해야 한다. 그런데 왜 학교에서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대학에 들어가면, 직장에 취업하면 알아서 배운다'고만 말할까? 우리는 지금껏 '노동 인권'이라는 말 한 번 들어보지 못한 채 사회에 나서왔다. CBS노컷뉴스는 노동 조기 교육이 없는 현 교육의 문제와 대안을 탐색해본다.[편집자 주]

'직장에서 노동자 개인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있다는 것', '노동조합과 사용자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발전시키는 것'

국제노동기구(ILO)가 영국교원노동조합과 공동으로 만든 교사용 지도서에 제시된 학교 노동 교육의 목표 중 하나다.

유럽 등의 인권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노동 인권 조기 교육 필요성이 강조돼왔다.

영국은 10여 년간의 논의 끝에 2002년부터 노동 인권 분야만 따로 다루는 '시민교육' 교과목을 정규 교육 과정으로 채택했다. 프랑스는 중학교부터 '시민교육' 교과목을 주 3~4시간씩 의무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독일은 노동교육 대신 '노동지향적 일반교육'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노동을 중등 과정 사회 교과목의 중요한 주제로 다루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모의 노사교섭 수업을 가르친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간 뒤 실질적으로 필요로 할 내용을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이다.


◈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 교과서 "노동은 자아실현"

노동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에서도 일부 지역이 시범적으로 노동 교육을 실시하는 등 노동 인권 조기 교육에 대한 관심이 번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1학기부터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민주시민 교과서)'을 일선 학교에 배포했다. 노동 인권을 다루는 초·중·고교용 4종의 교과서를 제작한 전국 최초 사례다. 인권, 노동, 평등, 다양성 등 보편적인 쟁점을 다루면서 고교용 교과서에는 비정규직과 노동유연화, 노동의 가치 등 보다 심화된 쟁점도 담고 있다.

자유 토론식의 수업 방식도 도입했다. '노동은 임금으로 환산되는 교환 가치다' 또는 '노동은 자기 삶을 실현하는 가치다' 등의 상반된 주제문을 놓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형식이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한쪽만 얘기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에서는 이미 전체 학교의 95%가량이 창의지성 교과용으로 이 교과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교육계 전반의 분위기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노동 인권 교육이 가장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은 단연 정규 교육 과정인데도, 한국의 노동교육은 전적으로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이 주최하는 강좌 등에만 의존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일선 학교에서 노동 인권 교육은 대부분 별도의 과목으로 편성되지 않고, 실업계 등에서 가르친다 해도 동영상 강의를 틀어주고 클릭하면 넘어가는 수준으로 부실하게 이뤄지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 중·고교 교과 과정에 노동기본권 및 남녀 고용평등에 관한 권리 등 노동인권 교육을 필수로 포함 시킬 것을 권고했으나, 이 역시 교육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1년 '노동법 교육뿐 아니라 노동 인권 교육도 실시하겠다'는 곽노현 당시 서울시교육감의 말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인권 교육이 계급적 성향의 교육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고 노동자 권리만 강조하는 방향으로 편향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노동 교육=계급 교육'이라는 해묵은 편견과 거부감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청소년유니온 김정우 정책위원은 "노동 교육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의 가치를 올바로 인식시키는 조기 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