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는 3일(한국 시각) 미국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홈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9회말 끝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1사 만루에서 4-3 승리를 이끈 천금의 결승 타점이었다.
특히 상대 특급 마무리 조너선 파펠본으로부터 얻어낸 결실이라 더 값졌다. 파펠본은 전문 마무리가 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8시즌 통산 286세이브를 올렸다. 2007년 41세이브 등 보스턴(2006~2011년)과 필라델피아(2012년~)의 뒷문을 지키며 5번이나 올스타에 뽑혔다.
하지만 추신수와 접전에서 끝내 패배를 안았다. 2스트라이크-1볼 상황에서 추신수는 볼 3개를 잇따라 골라내는 인내심을 보이며 팀 승리를 안겼다. 이전까지 추신수는 파펠본과 4타수 1안타 2삼진을 기록 중이었다.
파펠본으로서는 앞선 상황이 어렵기는 했다. 3-1로 앞선 9회말 등판한 파펠본은 1사 2, 3루에서 대타 짐 어두치에게 3루 땅볼을 이끌어냈지만 타구가 느리고 코스가 깊숙해 1타점 내야 안타가 되고 말았다.
이어진 1사 1, 3루에서는 레이노스 마틴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평소라면 병살타성 타구였으나 전진 수비하던 2루수 옆을 스쳐가 동점 적시타가 됐다. 흔들린 파펠본은 결국 연속 볼넷으로 추신수에게 결승 타점을 내주며 패전 투수가 됐다.
▲추신수, 파펠본 연속 유인구 잘 참아
경기 후 파펠본은 "오늘같은 이닝은 언제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3루 라인 쪽 땅볼 이후 경기를 끝낼 만한 병살타성 타구가 나왔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저 그런 이닝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파펠본은 "나는 오로지 내야 땅볼 병살타를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하려고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파펠본은 추신수에게 초구로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후에도 2스트라이크-1볼에서 4, 5구를 연속 스플리터를 던져 스윙을 이끌어내려 했다. 바깥쪽으로 흐르거나 낮게 떨어지는 공어었는데 만약 배트가 나갔다면 땅볼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추신수는 잘 참았고, 풀 카운트에 몰린 파펠본은 패스트볼로 승부하려다 힘이 들어가 높게 흐르고 말았다.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 추신수의 인내심이 이뤄낸 결과였다.
구단 역사도 새로 썼다. 텍사스가 끝내기 볼넷으로 승리한 것은 지난 1999년 토드 질 이후 15년 만이다.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도 "타석의 추신수가 굉장했다"고 칭찬했다. 이어 "추신수만이 아니라 팀 전체도 그랬다"면서 "다시금 우리가 9회말 끝날 때까지 야구를 해야 하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