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플리바겐(감형 조건 유죄 인정 합의)을 통해 형량에 합의한 검찰과 변호인 측은 따로 항소 절차를 밟지 않을 예정이어서 지난 4년 가까이 진행된 법정 다툼이 마무리됐다.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콜린 콜러-코텔리 판사는 이날 오전 열린 공판에서 김 박사에게 징역 13개월과 보호관찰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기자와 이메일 및 전화, 대면 대화를 통해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관련된 일급 정보를 건네준 혐의가 일부 인정된다"며 "다만 아직 젊고 전과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3개월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법정 소송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지난달 초 유죄를 인정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감형 합의'를 재판부가 수용한 것이다.
콜러-코텔리 판사는 "피고인은 좋은 교육을 받았을 뿐 아니라 재능이 많고 명석하다"며 "(복역 후 다른 인생을 설계할 때) 행운을 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 측에 5월 14일 이전에 복역 계획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김 박사는 미국 법무부와 협의해 내달 중순 이후 13개월간 수감 생활을 하게 된다.
김 박사는 최후 진술을 통해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지난 몇 년간 너무 힘들었다. 내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핵연구소 소속 연구원으로 국무부에서 검증·준수·이행 정보 총괄 선임보좌관(정보담당)으로 일하던 김 박사는 폭스뉴스 제임스 로젠 기자에게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한 기밀 정보를 유출해 이를 보도하게 한 혐의로 2010년 8월 기소됐다.
검찰은 김 박사가 2009년 6월 1급 기밀이나 민감한 정보(TS/SCI)임을 알고도 로젠 기자에게 고의로 누출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정보는 북한의 군사적 능력과 대비 태세와 관련된 내용으로, 김 박사가 자신의 직책 때문에 이런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박사와 변호인단은 해당 정보가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날 선고 공판에서도 아베 로웰 변호사는 최후 변론을 통해 이번 사건이 간첩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는 "워싱턴DC의 정부 당국자들은 매일 기자들과 얘기하고 그 대화 가운데 상당수는 기밀 정보와 관련한 것이지만, 이들 당국자 가운데 김 박사와 같은 대가를 치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로웰 변호사는 "김 박사가 얘기한 수준의 북한 관련 뉴스는 매일 신문에서 접하는 것이고 지난주에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 박사가 기소된 직후부터 국가권력에 의한 무리한 기소라는 여론이 미국 안팎에서 제기됐었다.
특히 미국 법무부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기자의 사생활 정보까지 샅샅이 뒤진 것으로 확인돼 이 사건이 미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한편 김 박사의 누나인 유리 루텐버거 김씨는 공판 직후 낸 가족 성명에서 구명 활동을 벌여준 교민 등에게 감사를 전했다.
김씨는 "4년 전 시작된 미국 정부의 기소로 동생과 모든 가족이 혹독한 세월을 보냈다"며 "이제 종착점에 도달했다. 동생이 수감 생활 이후 석방되고 나서 새 삶을 개척하고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