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추념일에 대통령이 유족들 어루만져줬으면 하는 기대 가졌었는데..
- 4.3은 좌우를 가리지 말고 희생자들을 추념하는 날이 돼야 해
- 아직 종합적인 피해 실태 보고서도 만들어지지 못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4월 2일 (수)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박찬식 (4.3 추가진상조사단장)
◇ 정관용> 내일이 제주 4.3항쟁 66주기, 또 국가가 주관하는 첫 추념일로 4.3 추모행사가 내일 열립니다. 그런데 피해자실태조사, 진상규명,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그러네요. 전 제주4.3연구소장을 지내셨고, 지금 4.3평화재단의 추가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박찬식 단장, 전화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박찬식>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대통령 참석 안 하는 걸로 결론난 겁니까?
◆ 박찬식> 오늘 최종 확인된 걸로는 국무총리께서 참석하시는 걸로 그렇게 저희들은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제주 현지 분위기가 어때요? 대통령 참석 안 하는 것에 대해서?
◆ 박찬식> 국가 추념일 지정이 되니까, 전 도민이 유족 분들과 함께 상당히 환영하고 기뻐하는 분위기였는데. 첫 추념일인데 대통령께서 오셔서 따뜻한 손길로 유족들을 좀 어루만져줬으면 하는 그런 소박한 기대를 가졌었는데 좀 아쉬움도 큽니다.
◇ 정관용> 그런데 왜 참석을 안 하시는 건지는, 혹시 무슨 얘기가 있었습니까?
◆ 박찬식> 저희들이 어떻게 그런 내용까지 알겠습니까마는, 주변에서 얘기하기로는 유럽순방 때 상당히 빡빡한 일정 소화를 하다 보니까 그랬다. 그런 점도 있지만, 또 하나로는 이번 국가 추념일 지정과정에서 보수적인 단체 인사들의 끊임없는 이념공세가 정부 부처, 청와대, 이런 데에 상당히 민원제기가 많이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어떤 이념공세입니까?
◆ 박찬식>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이 4.3사건 자체가 해방 직후에 좌우의 갈등 과정, 분단, 냉전 이런 게 다 점철된 사건이라서 4.3 사건의 희생자 가운데에는 이와 같은 내용 군, 경 그다음에 민간인, 어떤 좌우, 이런 다 혼합되어 있을 수 있죠. 그래서 이러한 것들을 통합적으로 다 같이 어떤 시대적 희생으로 보지를 못하고,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반기를 들었던 사람들이다. 그런 근거를 달아서 이들에 대해서 어떻게 지금의 국가 대통령이 가서 이제 추념을 할 수 있느냐, 이런 지적인데. 이 부분은 좀 이따 말씀드리겠는데, 특별법 정신에 맞지 않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특별법 정신은 어떤 거였죠?
◆ 박찬식> 특별법의 제정 취지가 2000년 1월 달에 그때 만들어졌는데. 첫 번째가 인권 신장, 두 번째 민주 발전, 세 번째가 국민 화합입니다.
◇ 정관용> 화합.
◆ 박찬식> 네. 그래서 특별법 제정의 근본 취지는 당시 사건의 어떤 역사적 성격, 평가, 이런 것을 따지자는 게 아니고. 이게 항쟁이냐, 폭동반란이냐, 이런 걸 따지자는 게 아니고. 그 시대에 그 어려움 속에서 이념 갈등도 있을 수 있고, 그다음 국가 공권력의 어떤 과잉진압도 있을 수 있고, 한라산 무장대의 또 무리한 폭력적인 일도 있을 수가 있죠. 소요사태. 그런데 그런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그래서 이 희생된 그 팩트에 맞추어서 희생된 분들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국가가 어루만져주지 못했다, 이 부분에 초점을 둔 게 특별별이고, 4.3 해결 정신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지금 일부 보수단체에서 이걸 그 당시의 어떤 좌익 세력의 폭력적인 폭도, 이것만 강조하면 반대로 또 군, 경에 의한 양민학살, 이것만 얘기하게 되고.
◆ 박찬식> 이게 걷잡을 수 없이 되는 게 만약 그렇게 되면 가해자 처벌 얘기까지 나올 수 있는데. 그 부분은 지금 수많은 유족들이 가해자 처벌 얘기까지는 안 하고 있거든요. 상당히 걷잡을 수 없는 분위기로 갈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러니까 좌우를 가리지 말고 희생된 모든 분들을 함께 추념하자, 이거 아니겠습니까?
◆ 박찬식>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나저나 지금 추가진상조사단장을 맡고 계신데, 주로 어떤 조사를 지금 하고 계십니까?
◆ 박찬식> 2003년에 500페이지에 달하는 정부위원회 4.3진상조사 보고서가 만들어졌습니다. 그거를 근거로 해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공식사과도 했고, 수많은 위령사업, 명예회복사업, 해결 사업들이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헌데 2003년 보고서 만들어진 이후에 10여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구체적인 마을별 희생자 피해실태, 그리고 무려 3700명의 행방불명 희생자 신고가 있었는데, 미신고자 포함하면 아마 5000명 가까운 행방불명인들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어떤 행방을 밝혀내는 그런 작업도 아주 미진한 상태이고요. 이것 말고도 책임규명문제랄까 그다음에 재일동포, 일본에 간 제주사람들의 피해실태 또 군인, 경찰, 우익단체들의 피해실태조차도 아주 구체적으로 밝혀진 적이 없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박찬식> 종합적인 피해실태 보고서가 아직까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가조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재단에서 지금 수행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지금 워낙 세월이 많이 흘러서 그게 조사가 가능합니까?
◆ 박찬식>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66년이 흘렀잖아요. 그러면 당 세대 겪었던 분들이, 그 시대를 기대하는 분들이 플러스 10을 하면 76. 80세를 넘어가는 그런 상황이라서. 그 시대를 뚜렷이 기억하시는 분들이 현장에 가서 보면 이미 10여 년 전에 만났던 분들도 다 돌아가시고 그렇습니다. 상당히 지금 이번 진상조사가 아마 공적으로 수행하는 마지막 조사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아마 특별법 제정의 정신, 취지 설명해 주셨는데. 특별법에서 지금 추가로 하기로 한 위령사업, 명예회복, 보상 등등 있지 않습니까? 그건 제대로 진행되고 있나요?
◆ 박찬식> 지금 국가 추념일이 되니까 유족들이 제일 기대하는 게 아무래도 유족들에 대한 복지사업 문제입니다. 4.3특별법은 진실규명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라서 과거사의 해법에서 가해자 처벌, 그다음에 정의구현을 하고 그다음에 배상, 보상 문제까지 나오거든요. 그런데 4.3특별법에는 가해자 처벌, 그다음에 배상보상은 다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공동체적인 수많은 2만 명 넘는 희생에 대한 공동체적인 국가보상을 해야겠다. 그런 것을 또 도민들도 받아들여서 하는 것인데. 실질적으로 지금 유가족들에 대한 생계비 지원이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게 후유 장애인들에 대한 일부, 아주 극히 일부의 그런 지원 말고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개별 희생자 한 명, 한 명, 그 가족에 대한 배상, 보상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공동체적 성격의 복지사업. 이건 앞으로 과제로 남아 있군요.
◆ 박찬식> 그 부분이 상당히 미진한 상태입니다.
◇ 정관용> 아이고. 어려운 과제지만 조금씩이라도, 한걸음씩이라도 진척이 있기를 기대하겠고요. 내일 추념일 행사 준비 바쁘실 텐데. 오늘 고맙습니다.
◆ 박찬식>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4.3평화재단 박찬식 추가진상조사단장의 목소리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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