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한 신세기를 펼치는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서(序)''

12년 만에 선보이는 극장판, 안노 히데아키 감독 등 원작 제작진 참여



세계를 재앙으로 몰아넣은 ''세컨드 임팩트''로 인류의 반이 멸망하고 15년이 흐른 뒤 인류의 적 사도가 또다시 나타나 재앙을 예고한다.

인간의 무기로는 처단할 수 없는 사도의 공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14세 소년 이카리 신지는 어릴 때 헤어진 아버지이자 특수무기 기관 네르프의 총사령관 이카리 겐도의 갑작스런 호출로 도쿄에 온다. 아버지로부터 사도에 맞서는 에반게리온 초호기의 파일럿으로 임명된 신지는 어렵게 첫 임무를 치르고 점점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완수해간다.

신화로 기억되는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이 극장판으로 돌아왔다.

1995년 TV시리즈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시작해 1997년 극장판 ''데스 앤 리버스''와 1998년 ''엔디 오브 에반게리온'' 개봉 이후 1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은 ''에반게리온:서(序·감독 안노 히데아키)''다.


12년 전의 기술력으로는 표현할 수 없던 한계를 신작으로 극복한 제작진은 ''리빌드(Rebuild)''란 부제를 달았다. 이야기 역시 1990년대에서 벗어나 2000년대 감성으로 재구성했고, 10년 이상 보존한 원화를 디지털로 다시 그려 화면에 구현했다.

괴생명체인 사도가 인류를 재앙으로 몰아넣는 속도는 과거보다 빠르고 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인간의 파멸은 더 잔인하다. 이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에반게리온이 필요하다''는 제작진의 기획의도다. 변화를 줬지만 흐름이 깨지지 않는 건 원작을 만든 안노 히데아키가 총감독을 맡은 덕분이다.

무엇보다 미래에서 벌어지는 로봇 전쟁을 담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내면이나 더 나아가 인류의 재앙을 심도있게 다루는 시리즈만의 노하우가 변함없는 건 ''에반게리온:서''의 미덕이다.

가령 주인공 신지를 운명의 힘에 괴로워하는 영웅으로 그리거나 에바 0호기를 조정한 파일럿 아야나미 레이가 지닌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모호한 시대에 일어나는 비운의 운명을 처연하게 드러낸다.

곳곳에 녹아있는 종교적 색채도 이색적이다. 인류를 파멸시키는 사도가 다름 아닌 성서의 12사도에서 기원한 설정이 대표적이다.

다의적인 설정 덕분에 애니메이션의 신기원을 낳았다고도 추앙받지만 반대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는 건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한계다.

방대한 분량의 사전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 본다면 ''에반게리온:서''는 그동안 관객의 입맛을 길들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들보다 지나치게 밋밋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상영, 애니메이션으로 최초

일단 국내서는 기대감이 높다.

지난해 9월 일본 개봉 직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돼 순식간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 개봉일 역시 일본을 제외한 세계 최초다.

다만 후속편인 ''에반게리온:파"(破)''와 ''에반게리온:급(急)''이 올해 개봉을 앞뒀고 완결편까지 합해 총 3편이 남아있는 만큼 ''에반게리온:서''에게 시작과 결말이 있는 완성된 이야기를 기대하는 건 금물이다. 24일 개봉.관람등급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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