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눈에 밟혀서" 김선우, 메이저 꿈 버리고 복귀

김선우
우완 강속구 투수 김선우(31)가 메이저리그의 꿈을 접고 국내에 복귀했다. 두산과 총 15억원에 계약한 김선우는 "내 꿈보다도 아들들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김선우는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국내 복귀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에서 열심히 못 했기 때문에 미련이 남지만 더 이상 가족의 외로운 생활을 볼 수 없었다"면서 "기량이 남아있을 때 팬들에게 모습을 보일 수 있어 기쁘다"며 소감과 배경을 전했다.

지난 1997년 고려대를 중퇴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과 계약한 김선우는 몬트리올(현 워싱턴)과 신시내티, 콜로라도, 샌프란시스코 등을 거쳤다. 2001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김선우는 그러나 지난 2006년 10월 신시내티에서 방출됐고 지난해는 샌프란시스코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뛰며 8승8패, 평균자책점 4.87을 기록했다.

김선우는 지난 2006시즌 후 두산으로부터 4년 총 45억원을 제안받았지만 메이저리그의 꿈을 다시 이루기 위해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빅리그 입성이 좌절된 뒤 두산과 계약을 논의해왔다.

현실적으로 빅리그 재진입이 어렵기도 했지만 아들 성훈(3), 정훈(1) 등 아들들이 큰 원인이었다. 김선우는 "미국에서는 애들이 말도 늦고 부모만 있었다"면서 "한국에는 친척도 있고 유아원 친구도 있었다. 내 욕심보다 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다음은 김선우와 일문일답.)

-복귀 소감은.
▲고교(휘문고) 졸업 후 두산(전 OB)에 지명받았는데 떠돌다가 오게 됐다. 많은 고심 끝에 결정을 한 지금 마음이 편하다. 국내 첫 무대, 첫 시즌이라 기대가 크다.

결정하기까지 두산 관계자들이 노력을 많이 했다. 계약 문제로 두산팬들에게 본의 아니게 마음의 상처를 준 점 사과 드린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경기하면서 여러분들의 상처를 씻겨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몸 상태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32살이 됐지만 몸 상태는 좋다. 연륜이 쌓이다 보니 성숙미가 있다는 말도 들었다. 젊어서는 강속구 위주였는데 지난해 마이너에서는 변화구 쪽에 신경을 많이 썼다. 힘들게 하지 않고 편하게 던지는 스타일로 변할 수 있었다. 더 야구에 눈을 뜬 것 같다. 성숙한 모습에 있을 때 늦지 않게 두산에 와 기량을 보일 수 있어 기쁘다. 구단이 뭘 원하는지 알고 부응하게 노력하겠다.

-몸값도 지난해보다 떨어졌는데 복귀의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까지 가족도 있었지만 나의 꿈을 위해 미국에 있었다.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었고 자신의, 김선우의 삶이 더 중요해서 욕심을 부렸다.


결론적으로 안 좋게 돼서 겨울에 한국으로 왔다. 미국에서는 애들이 말도 늦고 부모만 있는 생활을 했다. 한국에 와보니 친척도 있고 유아원 등에서 잘 지내는 모습을 봤다. 한 아버지 모습으로 살아야지 내 욕심만 채우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식들에게 정착하는 삶을 주고 나도 늦기 전에 관심을 보인 두산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다.

-본인의 올시즌 예상 목표는.
▲성적에 대해선 솔직히 생각해본 적 없다. 팀내 최고참 투수로서 앞장서서 후배들과 팀을 이끄는 게 목표다.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역시 함께 복귀한 KIA 서재응과 비교가 많이 될 텐데.
▲(서)재응이는 친한 친구다. 한 선수와만 경쟁자가 될 수는 없다. 여러 선수들과 맞대결을 해야 한다. 다만 둘의 맞대결 구도는 팬들에게는 관심일 수 있고 열심히 하면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할 더 많은 선수들이 있다.

재응이 하고는 허물없는 사이다. 평소 한국 가서 기량 있을 때 야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얘기했다. 마음을 정리하는 데 있어 재응이가 먼저 복귀한 부분이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국내 타자들에 대한 평가는.
▲솔직히 많이 못 봤다. 지난해 군대 가기 전에 두산의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본 게 전부다. 중요한 것은 타자를 실제로 상대하면서 분석하는 것이다. 육안 상으로는 이렇다할 말을 못하겠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아쉬움.
▲제일 아쉬운 부분은 열심히 했으면 충분히 생각할 곳까지 갔을 텐데 하는 생각이다. 돌이켜보면 열심히 안 한 것 같다. 정말 원통하다. 그렇기 때문에 꿈을 위해서 가려고 했다. 만족을 못 했고 열심히 안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이 생기고 자식이 생기면서 나를 막는 요인이 생겼다.

-대표팀 합류 의향은.
▲부름이 있다면 당연히 뛰어야 한다. 실력을 인정받고 또 실력이 된다면 좋은 일이다.

-메이저리그에 일본선수들 진출이 많은데 우리는 모두 돌아오고 있다.
▲미국에 어릴 때 넘어갔다.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생활을 하다가 주위 버팀목이 없고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가다 보니 경험이 부족했다. 조금씩 생각이 작아지고 지금 있는 연륜이 없다 보니까 젊은 선수들이 버티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조금이라도 한국 프로야구를 먼저 접하고 일본이나 미국에 도전했다면 지나온 삶처럼 쉽게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다. 관심있는 후배들이 내 경험담을 토대로 프로라는 걸 경험하는 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이다. 나는 못했지만 더 큰 꿈을 가지고 성공할 수 있는 후배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향후 일정은.
▲미국으로 건너가 최대한 빨리 신변 정리를 한 뒤 일본 팀 전지훈련에 참가할 것이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