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눈이 건조해지는 것이 아니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샘의 기능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으로 눈물이 부족해 뻑뻑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하면 검은 눈동자가 헐기도 한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개 폐경 여성이나 라식 수술을 받은 사람, 콘택트렌즈 장기 착용자 등에 많이 생긴다. 이외에도 환경 오염이나 오랜 컴퓨터 사용, 건조한 날씨 등 외부적인 요인이 더해져 날로 환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정한 약물에 대한 부작용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폐경 여성 10명 중 6명가량이 안구건조증이 있을 정도로 폐경은 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눈물샘과 안구 표면의 염증을 억제하는 안드로겐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 소프트렌즈를 오래 끼면 렌즈 자체가 눈물을 흡수해 안구건조증이 자주 발생한다.
이처럼 다양한 원인으로 안구건조증이 생기지만 단순히 눈물 부족 외에도 최근에는 만성적인 자극으로 인한 염증 또한 안구건조증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외부 자극으로 염증이 심해지면서 눈물샘의 기능이 저하되고 결국 눈물의 양과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반대로 찬 바람이 불거나 추운 곳에 나갔을 때 갑자기 눈물이 흐르는 것도 안구건조증에 포함된다.
증상과 진단
정상인은 하루에 보통 2~3cc 정도의 눈물이 나온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흘러 나온 눈물은 안구 표면의 노폐물 등을 씻어낸 뒤 눈물관을 타고 콧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안구건조증이 생기면 이런 과정이 생략돼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뻑뻑하고 침침하며 시린 느낌이나 찌르는 듯이 아프고, 충혈 눈부심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특히 증상이 생길 때는 일시적으로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 눈이 뚜렷하게 상을 볼 수 있는 것은 눈물 때문이다. 눈물이 각막 위를 고르고 부드럽게 덮어 매끈한 굴절층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뚜렷이 보이지만 안구건조증이 생기면 눈물막의 기능이 떨어져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 심하면 1.0의 시력이 0.2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안구건조증은 대개 오후가 되거나 바람 연기 에어컨 히터 등에 의해 증상이 더 심해진다. 안구건조증은 이처럼 충혈 통증 눈부심 등을 동반하므로 흔히 만성결막염 등으로 혼돈해 잘못 진단되기도 한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서는 눈물 성분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눈물은 각종 영양 물질과 면역 물질 등이 가득하지만 안구건조증이 있으면 이들 성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하면 수술도 필요
심하지 않은 안구건조증은 수시로 인공누액을 넣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인공누액에 눈꺼풀 세척을 병행하면 염증을 예방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눈꺼풀 세척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30~60초 정도 마사지해 지방 분비를 촉진한 뒤 눈 세척액으로 눈꺼풀 주위를 조심스럽게 닦아주면 된다. 단 절대 눈 안은 닦지 말아야 하며 하루 2~4회 정도 반복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눈물 생성을 증가시키는 안구건조증 치료약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치료로도 효과가 없으면 눈물이 내려가는 길을 막는 누점폐쇄술이나 눈물이 눈에 오래 고여 있게 하는 누소관폐쇄술 등의 수술을 하기도 한다.
도움말=부산대병원 안과 이지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