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이기준 부총리 인선 파동과 관련해 정찬용 인사수석, 박정규 민정수석 등 2명의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와대 비서실은 김우식 비서실장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기준 부총리 인사파문과 관련해 사표를 제출한 김우식 비서실장 등 참모 6명에 대한 사표수리 여부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먼저 "중요한 결정은 내가 다 했기 때문에 참모들의 책임을 묻기가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정무직은 정무적 책임이라는 것이 있다"면서 "정찬용 인사수석과 박정규 민정수석 2명에 대해서는 사표수리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김우식 비서실장 등 나머지 참모들에 대해서는 사표를 반려했다고 청와대 김종민 대변인은 전했다.
노 대통령은 다만 "연초에 할 일이 많고 후임 인선도 준비가 안된 상태이기 때문에 사표수리는 시간을 두고 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전날 사의를 표명한 참모들의 사표수리 문제에 대해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날 전격적으로 이를 발표한 것이다.
파문을 조기에 수습하고 국정에 매진하겠다는 생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파문 조기에 수습하고 국정에 매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
노 대통령이 김우식 비서실장의 사표를 반려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기준 부총리 인선과정에 김 실장이 직접 개입했다는 징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병완 홍보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들은 김우식 실장이 인사추천회의를 주재하긴 했지만 이기준 전 총장과의 개인적인 관계 때문에 평가나 의견 등은 일절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김우식 비서실장을 문책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보다는 노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인해 올해 국정운영기조의 틀 전체를 바꿀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연초부터 ''선진한국''을 화두로 경제살리기 매진과 국민통합을 역설해왔는데 이는 올해 국정운영기조를 과거보다는 미래, 대립보다는 통합에 역점을 둘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실용주의적 노선을 취하고 있는데에는 김우식 비서실장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식 실장은 실제 청와대내에서 실용주의적 중도보수 노선을 대변하면서 개혁세력과 합리적 보수세력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우식 비서실장을 교체할 경우 국정운영기조 전반을 흔들어야 하는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김우식 비서실장을 교체하면 한나라당 등을 중심으로 이해찬 국무총리를 향해 책임론이 강하게 일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외부적으로는 이기준 부총리 인선과정에 이해찬 총리와 김우식 비서실장이 비슷한 비중의 역할을 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우식 실장을 문책할 경우 이해찬 총리에 대한 책임론도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우식 실장 표체하면 국정운영 기조 전반 흔들리는 부담
이로써 연초 정국을 시끄럽게 했던 이기준 부총리 인선파문은 이 부총리의 사퇴와 청와대 수석 2명을 문책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여진은 어느 정도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찬용 인사수석과 박정규 민정수석은 인사검증의 실무책임자로서 이기준 전 부총리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하지 못한 책임이 있지만 김우식 비서실장은 인사추천회의 의장으로서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있었다.
김 실장에게는 인사추천회의에서 이 전부총리에 대해 의견을 일절 내놓지 않는 차원을 벗어나서 노 대통령에게 정확한 판단자료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무책임자는 문책하고 총책임자는 사표를 반려함으로써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 인사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을 남겨뒀다.
한나라당은 이해찬 총리와 김우식 비서실장에 대한 동반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이번 사태를 호재로 활용해 나가려 할 것으로 보여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사태에 따른 부담을 완전히 벗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CBS정치부 김재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