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부터 설날과 추석, 일요일만 빼고 하루도 빠짐없이 두부를 팔아 온 김명식(57)·김순자(54) 부부.
2일 아침. 이들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뜨끈뜨끈한 두부를 건네받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전주 아중리 한 두부공장에서 매일 아침 25판가량의 두부를 받아 남편이 20판, 아내가 5판 정도를 가져간다. 물론 남편이 조금 덜, 아내가 조금 더 가져갈 때도 있다.
남편 김명식 씨는 나눈 두부를 개조한 오토바이에 싣고 7시 30분이면 집을 나선다. 처음 두부 장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리어카를 끌고 다녔다. 이후 소형 트럭으로 바꿨으나 주차 문제가 심각해 다시 오토바이를 개조했다. 요즘 같은 날씨에 오토바이는 너무 춥지 않냐고 묻자 ''''장사만 잘 되면 추운 줄도 모른다''''며 웃는다.
김 씨는 오전에 전주 송천동 집을 출발해 남도주유소와 시외버스터미널, 고속버스터미널, 방송통신대, 법원을 차례로 돈다. 오후에는 전북대, 호반촌, 송천2동, 송천1동 순이다. 처음 3년은 주택가를 돌며 일반 가정에 두부를 판매했지만 지금은 주로 식당을 상대한다.
남편이 시외버스터미널 근처를 돌 무렵 아내 김순자씨는 집안일을 돌보고 좌판을 준비해 집을 나선다. 그는 송천동 GS마트 앞에 좌판을 펼치고 꼬박 12시간 두부를 판다. 제법 팔리는 날은 저녁 8시 무렵 장사가 끝나지만 대개는 9시나 돼야 준비한 두부가 자취를 감춘다. 매일매일 신선한 두부를 공급하기 위해 이들은 아침에 뗀 두부를 다 팔 때까지 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렇게 해도 하루에 만지는 돈은 몇만 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최근 콩값이 올라 두부값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려 손님 발길이 많이 줄었다. 그래도 불만은 없다. 오히려 행복할 따름이다.
''''욕심이란 한 번 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커지는 것''''이라는 김명식 씨는 ''''돈이야 많으면 좋다는 걸 부정할 수 없지만 돈에 너무 얽매이면 삶이 망가진다''''며 나름의 소신을 밝혔다. 서울과 경기도 등을 돌며 20여년을 살다 지난 97년 전주에 내려온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아내 김순자씨는 ''''서울 같은 대도시는 남에게 상처를 줘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다''''며 ''''전주는 아직 사람 사는 정과 여유가 있어 좋다''''고 전주 예찬을 펼쳤다.
김 씨 부부의 이런 생각은 장사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남편 김명식 씨는 두부를 납품할 식당을 늘리면서도 다른 두부 장수가 납품하는 식당은 건드리지 않는다. 시장이나 가게 등에서 두부를 직접 사오는 식당만을 상대로 영업한다. ''''다른 두부 장수들과 함께 먹고 살아야지 않겠냐''''는 그에게서 이제 막 나온 두부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이들은 지난 1일 새해를 맞아 가까운 산에 올라 소원을 빌었다. 그저 몸 건강하고 지금보다 장사가 조금만 더 잘 되게 해달라는 소박한 소원.
욕심없고 선하지만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열심히 살아가는 김 씨 부부의 마지막 한 마디가 귓가를 맴돈다.
''''두부 많이 드시고 두부처럼만 사세요. 세상이 밝아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