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환경미화원 "고단했지만 보람의 17년"

"평생직장이라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17년 동안 결근 한번, 지각 한번 안했고, 일하러 나갈 때마다 즐거웠어요. 그만 둔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서운하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고생했으니 쉬고 싶은 마음도 있네요."

17년 청주시환경미화원 생활을 정리하고 20일 정년퇴임한 김동환(58)씨는 시원섭섭함으로 퇴임소감을 대신했다.


새벽 어스름도 채 가시기 전인 새벽 4, 5시에 쓰레기 수거업무를 시작해 해질 무렵까지 꼼꼼하게 재활용품수거업무와 거리정화작업을 해온 그는 ''깨끗한 청주''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현재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사직동·사창동 일대 재활용품 수거업무를 맡고 있는 김씨는 하루에 많게는 3톤, 적게는 1.5톤의 재활용품 수거를 두 세 차례 반복한 뒤 오후에는 거리정화작업을 해왔다.

"겨울에 일하다 보면 손이 많이 시렵고 얼굴도 시렵죠. 장갑을 껴도 금방 다 젖어서 몇 번씩 짜서 다시 껴요. 눈, 비 오면 손이 퉁퉁 붇죠. 일하기는 힘들지만 우리 가족들 생각하면서 참았어요."

환경미화원에게는 힘과 근(끈기)이 가장 필요하다는 말하는 그는 험하고 고단한 일이었지만 항상 웃음과 희망은 잃지 않았다.

"일하다 보면 동네 주민들이 고생한다고 커피도 주고, 여름엔 얼음물도 주고, 식당 하시는 분들은 밥 먹고 가라고 하고 그래요. 그게 보람이죠."

17년 전 환경미화원을 시작해 넉넉친 않은 월급이었지만 두 아들의 대학 학비를 다 댔고, 지금껏 환경미화원이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직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제일 힘들었을 때는 환경미화원을 처음 시작한 1991년, 당시 분리수거가 없어서 생활쓰레기며 음식물쓰레기, 재활용품을 다 한데 버렸어요. 커다란 고무통에 수거하다보니 일 하는 것도 고역이고 시간도 오래 걸렸죠. 하다가 그만 둔 사람 많았어요. 봉급은 적고 냄새는 많이 나고 목욕시설도 변변치 않았으니까요."

일 자체가 3D이다 보니 아무리 강철 체력이래도 이겨내지 힘든 법. 지난 96년 겨울에는 재활용품 수거작업중 깨진 유리병이 두툼한 겉옷과 손목을 뚫고 떨어져 아홉 바늘을 꼬맸고, 2002년 여름 새벽근무 중 지나가던 봉고차가 김씨의 머리를 쳐 몇 주간 입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추운 곳에서 고단한 일을 하다 보니 늑막염도 피해갈 수 없었다.

"낙엽 쓰는 일이 제일 어려워요. 10, 11월 두달간은 하루에 40포대씩 하는데, 낙엽이 무겁기도 하지만 쓸어도 쓸어도 또 떨어지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에요."

''베풀고 나누면 언제든 보답이 온다''는 인생관으로 안분지족(安分知足) 삶을 사는 그이지만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 시민들이 쓰레기를 버릴 때 잘 분리해서, 잘 생각해서 버려줬으면 하는 것.

"일반 시민들은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겠지만 직업병인지 휴일에도 길 가다 쓰레기가 보이면 나도 모르게 줍고 있어요. 퇴직해도 거리정화작업은 계속 할 거에요."

아직 일할 수 있으니 앞으로 막노동 등 더 일을 하고 싶다는 김동환 환경미화원. 그의 거친 손과 깊게 패인 손 주름에는 ''깨끗한 청주''를 생각하는 남다른 애정과 사랑이 깊게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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