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요 최대의 축제 NHK ''''홍백가합전''''이 도쿄 시부야의 NHK홀에서 일본과 한국가수 56팀이 참가한 가운데 3시간 30분여동안 열렸다.
수십만 명 중에 행운을 거머쥔 3천여 명의 관객들은 차분하게 객석에 앉아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출연가수들을 맞이했다.
오프닝 무대 때는 빨간 한복을 차려입은 이정현과 검은색 정장의 류, 그리고 검정색 의상의 보아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로 ''홍백가합전'' 출연 세번째를 맞는 보아는 일본 레코드 대상 시상식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NHK로 이동해 1부에서 7번째 여성가수로 출연해 일본 싱글 히트곡 ''''Quincy''를 선사했다.
이정현, 독특한 무대로 관객들 시선 끌어
이어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에 이정현이 출연한 장면이 소개되는 영상이 상영됐다.
독특한 무대로 관심을 모은 이정현은 구슬로 된 천사날개를 달고 퍼포먼스팀 ''비눌화화''와 함께 등장해 첫곡 ''헤븐 2004''를 일본어로 불렀다. 온통 하얀색의 독특한 분장을 선보인 ''''비눌화화''''도 눈길을 끌었다.
이어 외국인 백댄서 첫 출연으로 관심을 모은 댄스팀 ''''프렌즈''''와 함께 검은색 윗저고리와 빨간 치마의 동양적 분위기가 풍기는 차림으로 등장한 이정현은 트레이드 마크인 부채와 손가락 마이크로 ''와''를 일본어로 불러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정현에 이어 ''''겨울연가''''의 영상이 흐르며 류가 등장했다. 그랜드 피아노 뒤로 ''''겨울연가''''의 배용준, 최지우 모습이 보이자 관객들은 환성을 질렀다.
무대는 온통 눈이 내리는 분위기로 연출된 가운데 흰색 정장의 류가 부르는 ''겨울연가''의 주제곡 ''처음부터 지금까지''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중년여성들은 온통 화면 안으로 빠져드는 듯 했다. 류는 노래를 마친 후 ''''평생 잊지 못할 무대''''라고 말했다.
무대 중간에 출연가수들이 등장해 ''''푸니 쿨리 푸니 쿨라'''' 등의 노래에 맞춰 홍기와 백기를 올렸다 내리는 게임을 하며 관객과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룹 드림즈 컴 트루(DREAMS COME TRUE)와 최근 한국에서 첫 음반을 발표한 비주얼 록 뮤지션 각트(Gackt)의 가창력 있는 멋진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실력 있는 가수들이어선지 대부분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다.
중년 가수와 젊은 가수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
특히 마츠다이라 켄(松平健)이 기모노를 입고 등장해 마츠켄 삼바2(マツケンサンバ II)를 부르자 수십명의 무용단과 류를 비롯한 젊은 남자 가수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함께 삼바춤을 추며 신나는 무대를 연출했다.
중년의 남자가수가 기모노를 입고 삼바춤을 추는 모습이 신선하면서도 참 보기 좋았다.
가수 한 명이 출연할 때마다 바뀌는 무대 장치도 볼거리였다. 노래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 무대 장치가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우기도 했다.
''''홍백가합전''''에서 눈에 띄었던 점은 엔카가수가 많았던 점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엔카 붐을 일으킨 엔카계의 왕자 히카와 키요시(氷川きよし)(28)가 구성지게 부르는 엔카는 감칠맛 나는 가창력과 절절히 우러나는 가사 그리고 깔끔한 외모가 어우러진 무대였다.
또 기모노를 입은 가수들도 많았는데 때로는 깃발을 휘두르거나 수십명의 무용단이 함께 기모노를 선보이는 등 일본 전통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무대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일본 전통 문화가 강조된 무대 눈에 띄어
이번이 ''''홍백가합전'''' 26번째 출연인 엔카가수 고바야시 사치코(小林幸子)(52)가 장식한 마지막 무대도 인상 깊었다. 출연가수들이 무대 옆에서 함께 박수를 치며 맞이한 가운데 등장한 고바야시 사치코는 이번 무대가 감격스러운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모두 56팀이 출연한 가운데 진행된 55번째 ''''홍백가합전''''은 홍팀의 승리로 끝났다. 화려한 무대와 세련된 진행, 무엇보다도 순위를 매기지 않고 함께 즐기는 문화가 어우러진 축제 한마당이었다.
개개인의 순위와 시상이 아닌 모두가 함께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즐기는 자리어선지 더욱 축제 분위기가 느껴졌다. 출연가수들과 관객들이 ''연가''를 부르며 2004년을 보내는 가운데 축제는 끝이 났다.
순위와 시상없이 모두 함께 즐기는 축제 한마당
가까이서 처음 접한 일본 문화였지만 일본 가요를 통해 본 일본이란 나라는 우리와 참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무척 다른 문화로 다가왔다. 획일적인 듯 하면서도 개성 있고 억압된 것 같으면서도 표현이 자유로운 그들의 문화가 참 새롭게 느껴졌다.
특별게스트로 출연한 이병헌의 말처럼 왕성한 교류로 가까워진 한국과 일본이 함께 세계에 알리게 될 동양문화는 어떤 모습일지 한편으로 기대되는 밤이었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곽인숙 기자 cinspain @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