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감독 정성산의 칠전팔기작, ''빨간 천사들''

정성산 감독, "영화로 통일에 보탬이 되는 사람 되고 싶어"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북한 출신 감독이 충무로 상업 영화계에서 영화 제작에 나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94년 북한을 탈출해서 95년 남한에 정착한 정성산 감독을 만나보시죠.


▶ 북한 출신 영화 감독 정성산


◎ 사회/정범구 박사>
북한에서 영화학교를 다니셨다고.


◑ 정성산 감독>
평양 연극영화 대학에서 영화 연출로 졸업했고, 구소련 소비에트연방공화국 모스크바 국립 영화 대학에서 영화 연출로 2년 유학을 했다. 한국에 와서는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다녔다.


◎ 사회/정범구 박사>
한국에 들어와서 북한에서 했던 전공을 살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 정성산 감독>
이번에 만든 ''''빨간 천사들''''이라는 작품은 8번째 도전 끝에 된 것이다. 앞의 7개 작품들은 제작비 충당이 어려워 다 무너졌다. 아무래도 영화라는 것이 상업이고, 투자한 만큼 벌어야 한다는 냉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까 제작자들과 투자자들을 이해시키기가 참 힘들었다.


그래도 나는 창작가이고 장인이라는 생각을 했고, 또 북한에서 왔다는 신분이 있고, 분단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분단을 영화로 풀어야 하는 분단의 동시대인이라는 사명감을 항상 잊지 않았다.


◎ 사회/정범구 박사>
제작자들이나 투자자들 볼 때는 북한 출신이 와서 영화를 만들면 상업적으로 성공할까, 딱딱하고 골치 아픈 영화를 만드는 것 아닐까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 정성산 감독>
그동안 북한과 탈북자들에 대해서 우리가 지역적인 이기주의적 마인드로만 접근했던 것 같다. 오우삼 감독이라든지 이런 감독들이 홍콩 출신이지만 미국 가서 영화 잘 만들지 않나.


작년에는 투자자들로부터 정성산 감독이 하면 투자 안 한다는 말까지 들었고, 배우들에게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은 못 믿는 것이다.


이번 ''''빨간 천사들'''' 같은 경우도 몇 번씩이나 촬영이 중단되고 스텝들이 헤어지기를 밥 먹듯 했다. 막말로 현장에서 주먹밥 먹으면서까지 찍었다. 그렇게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초기 투자 하신 분이 나와 이번 작품을 굉장히 잘 봐주셨던 것. 그것이 큰 도움이 됐다.


◎ 사회/정범구 박사>
이번 영화 ''''빨간 천사들''''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됐나.


◑ 정성산 감독>
촬영은 92%이상 됐다. 마무리 몇 신만 남겨둔 상태에서 아직 제작비가 충당이 다 안 돼서 중단된 상태다. 전세금까지 빼서 큰 부분들은 많이 찍었고, 개봉은 3월로 잡혀 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영화의 내용은?


◑ 정성산 감독>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쪽에서 애드벌륜에 산타 선물을 매달아 북으로 보낸다. 그 안에는 산타 옷과 한국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로봇, 멜로디 카드가 들어있다. 그것이 북으로 넘어가서 보천보, 백두산 마을에 떨어진다. 이것 때문에 벌어지는 아이들의 감동 스토리다.


사실 북에서는 크리스마스도 산타도 모른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멜로디 카드를 ''''노래하는 우편 엽서''''라고 부르면서 산타가 누구이고, 산타할아버지는 왜 수염이 긴지, 그리고 이 선물들이 남한에서 어떻게 오게 된 것인지 궁금해 한다.


또 산타 옷은 그 동네에서 유행이 돼서 너나 없이 산타 옷을 만들어 달라고 하니까 깃발을 가위로 잘라서 빨간 산타 옷을 만든다.


그러던 중 영양실조로 누워있던 한 아이가 그 산타의 선물인 로봇을 보고 일어나는데, 그 마을 경찰 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보위 부장의 아들이 로봇을 보여 달라며 흥정을 한다. 로봇을 3일만 빌려주면 아빠 차를 주겠다는 것.


결국 로봇을 건네받은 보위 부장의 아들은 로봇을 가지고 평양으로 이사를 가고, 영양실조로 누운 그 친구가 계속 로봇을 찾으니까 그 아이의 친구들이 나무로 깎은 로봇을 만들어 준다.


또 그 마을에서 유일하게 산타의 존재를 알고 있는 서울 명동 출신의 국군 포로, 양봉장의 꿀 할아버지가 ''''하나님이라는 동무가 있는데 그 아들 이름이 예수동무야. 그 동무가 산타라는 할아버지를 부리는데 그 영감이 착한 일을 하면 선물을 줘''''라고 이야기하면서 완전히 동심이 동화가 된 것.


결국 그 할아버지에게 산타 할아버지 옷을 입히고, 한 겨울에 크리스마스 날을 만들어 솜이불을 뜯어 눈도 내리게 하고. 그런데 그 날 아프던 그 아이는 죽게 되고, 보위 부장의 아들이 가져간 줄로만 알았던 로봇이 ''''남자답게 놓고 간다, 후에 한번 제대로 붙자우''''라는 메모와 함께 발견된다.


마지막 엔딩은 주인공이 산타 선물을 받았던 나무에 동네 아이들이다 다 올라가 있는 것으로 끝난다. 진짜 12월 24일이 된 것이다. 그래서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이다.


나는 알프레도와 토토와의 관계를 통해 자아 성찰과 인생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한 영화 시네마 천국과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북한 아이들을 통해서 북한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과 나, 행복이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고, 우리 자신이 산타이고, 천사라는 사실. 이 세상에 살만한 가치가 공존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덧붙이자면 북한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 사회/정범구 박사>
배우들은 주로 어린이들인가?


◑ 정성산 감독>
북한에서 직접 아이들을 데려오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그래서 3차까지 오디션을 보고 그 아이들에게 한 달간 북한 사투리와 동작들을 연습시켰다. 요새 성인 배우들이 촬영장에 오면 애들 때문에 난리다.


최소한 이 아이들이 함경도와 평안도 사투리까지 구사하니까. 눈물 연기도 장난이 아니다. 내가 봐도 가슴이 아플 정도로 연기를 한다.


◎ 사회/정범구 박사>
영화 JSA에서 북한 사투리와 북한 인민군들의 생활을 고증하는 작업도 맡았는데. JSA에서 보여 지는 북한군들의 모습은 사실에 많이 근접한 것인가.


◑ 정성산 감독>
많이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신하균씨가 내 캐릭터였고, 송강호씨가 나의 분대장 역이었다. 한국에 와서 KBS에서 드라마 작가일도 했는데, 한국 방송에서 북한 사람들의 표현은 굉장히 거칠게 표현됐다. 진짜 속된 말로 상스러웠다. 이것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랬습네다, 와기럽네까?'''' 이런 말은 북한에선 특히나 안 쓴다.


또 JSA 같은 경우에는 뭘 강조했냐면 사람이 살고 있는 모습들 있지 않나. 북한을 사람 사는 곳으로 알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역사가 만들어준 반공의 이데올로기적인 잔재가 남아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사회주의권의 영화 이론들은 소위 인민들에게 감동을 불러 일으켜서 체제에 대한 자발적 충성심을 이끌어낸다든가 그런 나름대로의 독특한 기법이 있지 않나. 사회주의 영화와 남쪽의 영화를 비교한다면.


◑ 정성산 감독>
우선 절대적인 차이는 아무래도 문화가 가지고 있는 환경의 차이라고 본다. 북한의 영화란 철저하게 선전선동의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또 반대로 이야기하면 자본주의 영화는 철저하게 상업영화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목적은 똑같다. 북한도 영화를 잘 만들어서, 물론 동원을 하지만, 많은 관중들이 보게 하는 것이 목적이고, 남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북한에서 배운 여러 가지 좋은 것들과 한국에 와서 배웠던 여러 가지 기법들을 접목시켰다. 관객들에게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정성산의 연출이 독특하게 드러난 따뜻한 영화, 휴머니즘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 사회/정범구 박사>
JSA같은 영화를 북측에서 상영한다면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 정성산 감독>
좀 이해가 안 될 것 같다. 왜냐면 이미 이데올로기적인 사고방식들로 돼 있으니까. 그런데 이번 영화 ''''빨간 천사들''''은 꼭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여 주고 싶다. 아이들의 동심은 무한히 순수한 것이니까. 북한 사람들이 봐도 손색이 없는 영화란 뜻이다.


◎ 사회/정범구 박사>
앞으로 영화 뿐 아니라 어떤 일을 해보고 싶나?


◑ 정성산 감독>
영화 감독이기 때문에 끝까지 영화 감독의 길을 갈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우리 같은 탈북자란 존재를 너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시각이 극복됐으면 하고, 앞으로 영화로 통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진행:정범구박사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98.1MHz 월~토 오후 7시~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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