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8년 전북 남원에서 단돈 100만원을 들고 가족들과 상경해 남가좌동에서만 30년 동안 살아온 최 씨에게 현재 살고 있는 다세대 주택은 남은 생을 지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막노동이나 우유배달부터 건강식품 영업사원까지 몸을 사리지 않고 돈을 벌러 다닌 탓에 몇 년 전 얼굴에 안면마비가 오기도 했고 최근에는 탈장수술까지 받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최 씨지만 발 뻗을 수 있는 내 집이 있다는 생각에 큰 걱정 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최근 다세대주택의 감정평가 결과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3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최 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남편이 경비 일을 해서 벌어오는 한 달 60만원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최 씨로서 3억이라는 돈은 말 그대로 ''''억''''소리 나는 돈이다.
동의서에 도장을 찍을 당시만 해도 이 지역에 땅을 소유하고 있으면 그 면적과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최 씨는 ''''우리 같은 사람이야 아무것도 모르고 뉴타운 개발하면 좋을 줄로만 알았지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지 어떻게 알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최 씨가 살고 있는 가재울 뉴타운 3, 4구역은 이미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상황이어서 최 씨로서는 손쓸 길이 없이 그저 속앓이만 하고 있다. 지금 가진 돈으로는 이곳을 떠나 전세조차 얻을 수 없는 상황인 최 씨는 뉴타운 개발이 오히려 편안한 노후를 망친 셈이다. 최 씨는 ''''뉴타운 개발이 백지화됐으면 하는 게 지금 내 유일한 바람''''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뉴타운 개발로 시세차익을 얻은 사람들도 있지만 최씨와 같이 오히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많다.
서울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26곳의 뉴타운이 개발되고 있지만 원주민 정착율은 10%에 불과한 현실이다.개발로 인한 돈잔치의 그늘에는 좇겨나고 밀려나는 서민들이 있다. 그들은 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