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택한 귀화인들 "첫 대통령 선거 설렌다"

귀화
한국을 선택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인들에도 이번 대선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인으로서 대통령을 뽑는 귀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거스를 수 없는 세계화라는 대세 속에 한국도 다민족국가로 변화하고 있고 이에 글로벌 리더의 필요성은 더 절실하다. 한국과 고국 두 나라를 체험한 그들이 생각하는 대통령은 어떨까. 한국을 선택한 이들의 한국대통령 이야기를 들어본다.

▲ "꼭 투표에 참여할 것" = 어려운 결정으로 얻은 한국 국적이니만큼 한국 지도자를 뽑는 대선에 관한 이들의 관심은 높았다.

"일제시대 한국에서 중국으로 도망쳐 지금껏 중국인으로 살았다. 나이가 드니 고국이 그리워져 이 나이에 한국인이 되어야 겠다고 결심했다"

2005년에 귀화신청을 해 만 3년을 기다려 얼마전 온전한 한국인이 된 이인희(67)씨의 한국사랑은 각별하다. 그래서 이씨는 "한국의 미래가 달린 이번 대선 투표에 참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로에서 인도네팔 음식점을 운영하는 네팔출신 한국인 비노드 쿤워씨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을 관리하는 법무부의 수장을 뽑는 사람이 한국의 대통령이다.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꼭 투표할 것이다"며 "주위에 20명 이상의 네팔 출신 한국귀화인 친구들이 있는데 다들 한국 대선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 "대통령 직접 뽑는 건 처음, 설렌다" = 이들은 특히 대통령을 ''직접''선출한다는 것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우리에겐 당연한 일이지만 정치 체계가 다른 나라에 살던 귀화인들에겐 다른 이야기기 때문이다.

이인희(67)씨는, "중국은 인민대표만 국민이 뽑고 지도자는 인민대표들끼리 정한다"며 "중국인이 정치 혁명에 관해선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 많지만 국가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부분에서는 직접 관련이 없기에 한국인보다 관심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일 역사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이제는 한국인이 된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인문학부 교수, 그 역시 이번 대통령 선거 참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2003년 8월 귀화 이후 맞는 첫 대통령 선거입니다. 설레이죠. 일본에서는 이처럼 직접적으로 시민이 대통령을 뽑진 않거든요.그런면에서 한국민들이 대통령선거에 보이는 관심이 유난히 큰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죠"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 어떤 대통령? 경제대통령! = 중국 길림에서 한국인 남편을 따라 온 뒤 공식적으로 한국인이 된 최문옥(56)씨는 "딴 거 다 필요없이 서민들 먹고 살기 좋게 해주는 대통령이 되어야죠"라고 말했다.

이인희(67)씨는 "대통령은 능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경제에 관한 확실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귀화 외국인들은 하나 같이 대통령의 ''능력''을 강조했다.

중국에서 귀화한 이인희씨와 비노드 쿤워씨는 "도덕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간사 부패는 조금씩 존재하기 마련이다.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후보 있겠냐"며 "다만 그 흠이 크지 않을 정도면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네팔에도 부패는 존재하며 한국보다 더 심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국은 유난히 좌우 이념 갈등의 역사가 깊다. 이제는 그런 좌우 이념을 초월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서민경제를 생각하고 가족해체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를 잘 조절할 수 있는 대통령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귀화를 앞둔 중국 흑룡성출신의 류경용(69)씨는 "북한 사람들을 중국에서 자주 봤다. 다 같은 민족인데 퍼주는거? 그거 나쁜거 아니다.무리한 흡수정책도 문제지만 결국 평화를 확대해서 천천히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그들에겐 더욱 버거운 집값 · 교육비 =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정책으로 얼마전 UN 인권위원회의 권고까지 받은 한국이다. 이들이 한국인이 되기 전의 외국인의 삶은 어떠했을까.

중국인에서 귀화해 출입국사무소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한 여성은 "우리에겐 집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며 "탈북자들에겐 국가가 무료로 집도 제공해준다. 탈북자끼리 결혼하면 집이 두 채 생기는 것도 봤다. 그런데 우리처럼 한국에 살기 위해 온 외국인에게는 대출마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한국인도 사기 힘든 집, 외국인에겐 얼마나 높은 벽인지 짐작이 간다.

류경용씨는 "지금 귀화 대기자가 5만명이 가깝다. 그런데 법무부에서 이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단 2명이다. 이러니 한국 국적을 얻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노드 퀀우씨 역시 "한국은 교육에서부터 빈부차가 드러난다. 네팔은 한국보다 교육 혜택이 커 최소한 학비걱정은 안한다. 한국은 모든 비용을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것 같아 힘들다"며 한국 사교육비에 대한 문제를 언급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잊지 않았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자기 나라에 외국인 많이 들어오는 거 좋아하는 지도자가 어딨겠나. 일본의 경우엔 불법체류자에 관해선 아주 엄격하다. 그래도 한국은 나은편이다"고 말했다.

비노드 쿼우씨 역시 "한국은 그나마 외국인이 살기에 낫다. 앞으로 외국인이 더 많아질 것이고 대통령이 바뀌면 정부도 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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