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왕 실장은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9일 오전 변호사협회를 찾아 변호사 등록취소도 신청했다.
이실장은 이학수 부회장 등이 사직을 만류하자 "변호사 등록을 취소해 더 이상 변호사도 아닌데 어떻게 법무실장 역할을 수행할 수있는가"며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왕실장은 삼성 전략기획실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전직 법무팀장의 파렴치한 행위로 비리집단으로 매도되어 임직원 모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실을 생각하면 한없이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실장은 "김 변호사의 부인이 김 변호사의 주장을 토대로 협박성 편지를 보내 왔을 때, 경영진이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여 협박편지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는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법무실 이수형 상무보는 CBS와 통화에서 "이종왕 실장의 평소 인품을 감안할 때 즉흥적으로 사직을 결심한 것은 아니며 단호한 의지를 갖고 변호사 등록취소부터 한 뒤 사직서를 낸 것 같다"며 "아마도 이 사건 초기부터 사직을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무보는 또 "검찰수사가 시작되면 사무실 압수수색이 있을 것이고 후배검사들로부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될 수도 있는데, 곧은 인품의 이실장이 이를 부담스러워 했고 후배검사들을 배려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사직서를 낸 부차적인 이유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내용에 대한 검찰수사가 임박한 시점에 그룹의 법적대응을 총지휘해야 할 그룹 법무실장까지 사직함에 따라 삼성은 이중 난관에 처하게 됐다.
법무실 이수형 상무보는 그러나 "검찰수사가 시작돼도 차명계좌 부분은 계좌파악만 하면 되는데 문제가 된 계좌파악은 하루면 충분할 것"이라며 "수사를 앞두고 법무실에서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지만, 이실장의 사직으로 검찰수사 대응에 차질이 있다든가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종왕실장의 사직서는 12일쯤 수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