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입법부까지 상당부분 삼성에 장악돼 있다는 느낌"

노회찬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김용철 변호사의 증인 채택을 추진했던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소극적인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노회찬 의원은 9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FM 98.1 Mhz, pm 7:00-9:00, 진행 : 명지대 신율 교수)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삼성그룹의 검사들에 대한 로비와 증인과 피고 조작 등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신임) 검찰총장이 앞으로 검찰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가와 관련해서도 굉장히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김용철 변호사의 증인 채택을 추진했다고 밝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 양당 간사가 "묵계에 의해 무산시켜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와 관련해 노 의원은 "그간 수년 동안 삼성그룹의 고위간부들은 많은 의혹사건이 있어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바가 거의 없다"며, "입법부까지도 상당부분 삼성에 의해 장악돼 있다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한편 검찰의 수사의지와 관련해 노회찬 의원은 "수사의지가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의문과 우려가 있다"며, "이런 정도의 사안이면 수사를 대검중수부에 맡기는 게 관례이고 상식인데 서울중앙지검에 맡긴 것부터가 그렇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또 "특별검사를 임명해서 수사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지만 국회의 소극적인 태도를 볼 때 "특검조차 무산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반부패연대''를 주장하고 있는 창조한국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이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이하 인터뷰 내용 )

▶ 진행 : 신율 (명지대 교수/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 김용철 변호사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던 이유는?

최근에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내용을 보면 다수의 검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사실, 삼성그룹 경영권 세습과 관련된 에버랜드 사건에서 증인이나 피고를 조작해서 사법부의 절차를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사실, 비자금 조성 등은 검찰총장이 앞으로 총장으로서 검찰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와 관련해서도 굉장히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김용철 변호사가 증인으로 서서 그 내용을 확인하고 그에 대해 의원들이 캐묻는 게 중요하다고 봐서 증인으로 신청했다.

- 김용철 변호사가 인사청문회에 출석할 용의가 있는지 확인해봤나?


그렇다. 일단 본인이 공적자리에서 이제까지 밝히지 않은 내용을 다 밝히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고,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사제단에서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 김용철 변호사가 증인으로 서는 걸 적극적으로 바라고 있었다.

-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은 증인채택을 반대했는데?

법사위의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개인적으로는 다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협의가 양당 간사에게 맡겨졌는데 서로 굉장히 소극적인 자세로 임했다. 증인이 많은 것도 아니고 한 사람 증인 채택하는 문제로 서로 상대방 핑계를 대면서 최종시한까지 합의하지 않았다. 묵계에 의해 무산시켜버린 것이다.

- 묵계했던 이유는?

삼성 문제를 파헤치는 데 대해 대단히 소극적이었던 그간의 태도가 확인됐고, 이것을 대선과 연관시켜서 어떤 당에서는 삼성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면 다른 쟁점이 가려져서 대선에서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국민적 관심과는 다르게 국회에서 소극적으로 임했다.

- 삼성 비자금 사건에 2002년 대선자금 문제로 번질 가능성은?

충분히 그렇게 생각된다. 실제로 그 문제와 2002년 대선자금과 관련해서 파헤쳐야 할 게 많다. 그런데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삼성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삼성 문제를 질문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다들 서로 상대방 대선후보에 대한 공격성 의혹만 거론하기에 바빴다. 이 문제를 거론하는 건 쟁점을 흐리게 하는 것이라고 나에게 얘기한 바도 있다.

- 각 정당이나 정파가 삼성 관련 문제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건가?

그런 세간의 의혹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나 같은 경우엔 구체적인 물증이 있기 전에 막연한 추측만 가지고 얘기할 수 없는 처지이고, 그간 수년 동안 삼성그룹의 고위간부들은 많은 의혹사건이 있어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바가 거의 없다. 입법부까지도 상당부분 삼성에 의해 장악돼있다는 느낌이다.

- 검찰은 수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수사의지가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과 우려가 있다. 특히 이런 정도의 사안이면 수사를 대검중수부에 맡기는 게 관례이고 상식인데 서울중앙지검에 맡긴 것부터가 그렇다. 그리고 초기에 본인이 직접 출두하거나 명단을 내놓지 않으면 수사하지 않겠다고 반응을 보였던 것. 며칠 있다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가 있으니까 비로소 사건을 어디에 배당하느니 하면서 서두르고 있는데 결국에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길 바라는 것 같다. 검찰이 관련된 의혹이 있기 때문에 검찰수사가 적극적이지 못할 것이라고도 보고, 이제까지 삼성 얘기를 일방적으로 검찰이 다 수용하고 믿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안만은 검찰을 위해서도 현재 검찰이 아닌 부분, 특별검사를 임명해서 수사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 법사위 증인 하나 채택을 못하는데 특검이 이뤄질 수 있을까?

특검 부분과 관련해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후보 차원에서 특검 수용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이 특검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질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특검조차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창조한국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은 삼성 비자금 문제 때문에 반부패연대를 한다고 했는데?

정치공세 내지 정치적 명분을 위해 그런 걸 쉽게 제안했는데, 실제로 만들려고 하다보니까 다들 뒤로 내빼는 것이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반부패연대에 불참하기로 한 건가?

아니다. 우리는 불참하기로 한 바가 없다. 우리는 반부패연대라고 해서 막연하게 정치적 대립각만 세우는 논의여서는 안 된다고 보고, 대선공방에 말려들어서도 안 된다고 봤다. 구체적인 사안으로 나온 삼성 문제를 주요쟁점으로 해서 다루자고 애초부터 우리가 제안했고 그것에 대한 의사를 밝혀달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여기에 대해 답변이 없다.

- 변호사협회가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징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변호사법을 보면 직무상 알게 된 사실을 변호사가 누설해선 안 된다고 돼있다. 그런데 떡값 로비나 명단을 만들어서 로비하는 게 직무는 아니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리고 부패방지법을 보면 공직자의 부패에 대해 신고나 징수를 하는 문제를 가지고 소속단체나 기업으로부터 징계나 불이익을 못 받도록 돼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얘기한 대부분은 법정이나 검찰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 부분과 관련된 비리가 있으면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져야지, 그 비리를 제보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이 가는 징계 등의 처벌을 하려는 건 부패방지법 32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부패방지법의 내부고발자 조항에 대해 변협이 모르고 있는 것 아닌지 대단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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