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과 명성황후의 거처이자 명성황후가 시해됐던 비극의 현장으로 지난 달 100년에 복원된 건천궁에 들어선 그의 얼굴은 회한으로 가득했다.
일본 구마모토현에 살고 있는 올해 86세의 카와노 타스미씨는 1895년 건천궁 옥호루에서 명성황후를 시해한 자객 구니토모 시게아키의 외손자로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 6명과 함께 외조부가 저지른 일을 사죄하고자 건천궁을 찾았다.
손자인 나리타 진(30)씨가 끄는 휠체어에 의지해 건천궁을 돌아본 카와노씨는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명성황후 역을 맡은 이태원씨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오랫동안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캬와노씨는 "죽기 전에 꼭 복원된 건천궁에 와서 용서를 빌고 싶었다."라며 "외조부를 비롯한 일본인들은 조선을 위한 일을 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거짓이었고 잘못된 일이었다."라고 흐느끼면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명성황후 역의 이태원씨는 "카와노씨의 참회의 눈물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라며 "이를 통해 명성황후의 한이 조금이라도 풀려 양국이 진정으로 화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카와노씨 일행과 관계자, 시민 등 100여 명의 참배객은 ''명성황후''의 원작자 이문열씨 등이 쓰고 이태원씨가 낭독하는 추모의 시를 들으며 명성황후의 넋을 기렸다.
카와노씨 일행은 8일 일본으로 출국하며 오는 12월 국립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명성황후'' 관람 등을 위해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