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업주가 고용 여성의 채무인 선불금을 합법적인 것처럼 위장하거나 휴대전화 복제.감청 등을 통해 윤락 여성들을 옭아매는 신종 `인신구속''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성매매 행위를 단속하고 윤락녀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사법당국은 이같은 특수한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법을 집행,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선불금 합법위장 = 현대판 `노비문서''로 불리는 선불금은 여성이 윤락업소에서 일하게 될 때 업주가 고용 여성에게 빌려주는 돈으로 법률상 `불법원인으로 인한 채권무효'' 조항으로 인해 돈을 갚지 않아도 `사기죄'' 등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윤락업주는 이런 점을 감안, 사채업자들이 세운 금융회사를 통해 윤락녀들에게 생활자금 대출 형식으로 선불금을 주고 차용증서를 작성하는 새로운 수법을 쓰고 있다.
한 여성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남 울산의 S유흥주점 업주는 윤락녀 A(25.여)씨를 채용하면서 A씨가 진 빚과 소개비 명목으로 3천500만원을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신용협동조합에서 대출을 받는 형식으로 갚았다.
이는 A씨가 자신의 명의로 대출받은 돈을 윤락행위를 통해 매달 갚아나가는 형식이다.
A씨는 윤락행위를 하면서도 지각비.결근비 등으로 채무가 불어나고 업주가 "돈을 갚지 못하면 신협 명의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빚독촉에 시달리자 지난 10월 업소로부터 도망나와 은신중이다.
◆ `복제폰''으로 도주 윤락녀 추적 = `성매매 피해여성 재활지원을 위한 다시함께센터''의 상담기록에 따르면 서울 미아리 윤락가에 고용됐다가 지난 4월 업소를 탈출한 B(23)양은 "업소에서 도망나온 뒤 남자친구와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 얼마 후 업주가 자신의 위치와 통화내용을 훤히 알고 있어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이 단체 이수진 간사는 "통상 업주들이 자기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서 윤락녀들에게 건네주기 때문에 손쉽게 자신의 가입자 정보를 가지고 휴대전화를 복제하거나 위치추적 기능을 이용해 도망자 추적에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최근 휴대전화 불법복제 단속에 나선 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 관계자는 "윤락가 주변의 휴대전화 대리점 등지에서 불법 복제가 이뤄졌을 수 있으나, 대대적인 단속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자 최근엔 대리점이 아닌 인터넷 상에서 불법복제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관련사실을 밝혀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 현행 사법체계로는 성매매근절 요원 = `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의 이성환 변호사는 "성매매 업소에 대한 재산몰수처분 등 윤락업주들의 이윤동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법규가 마련되지 않으면 이들이 변칙적으로 윤락여성을 묶어두고 영업하는 것을 근절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윤락업주는 윤락행위가 적발되더라도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업주가 선불금을 갚지 못한 여성을 `사기죄''로 고소할 경우 수사당국은 사건을 단순 금전사기로 보고 윤락여성을 구속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 조진경 사무국장은 "경찰은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윤락여성을 수사하면서 윤락업주의 성매매 영업사실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하나 실제로는 여성단체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확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이영주 여성정책담당관은 "선불금 사기로 처벌받는 성매매 여성 중에는 돈을 챙기고 달아나는 소위 `탕치기 전문범''일 경우도 있어 성매매 관련사건 수사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