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부인인 김윤옥씨가 불교 법회에 참석해 ''법명''을 받았는지를 놓고 정치권에 때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불교계 신문인 <법보신문>의 지난 22일자 보도.
신문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일 강원도 영월 법흥사에서 열린 순례기도회에 참석, 도선사 주지인 혜자 승려로부터 ''연화심(蓮華心)''이라는 불교 법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혜자 승려는 당시 김씨에게 "비록 이 후보 부부의 종교는 다르지만 자비와 관용을 제일 덕목으로 삼는 불교의 입장에서 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해 줄 것으로 믿는다"며 "김 여사가 소중한 인연을 맺었으니 ''연화심''이라는 법명을 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또 김씨가 당일 새벽 1천 5백여 명 회원들과 함께 조계사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동승했으며, 기도회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이명박 후보는 이같은 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만인 지난 29일 한 기독교계 행사에 참석, 부인 김씨가 법명을 받은 사실을 정면 부인했다.
이번에는 한 기독교계 언론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교계 주간 신문인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는 이날 서울교회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 40여분간 강의한 뒤 부인의 법명 관련 진위를 묻는 질문에 "절에서 하는 법회에 참석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이어 "승려이 부인에게 얼굴이 연꽃 같다고 말한 것이 와전이 돼 그렇게 알려졌다"며 "우리 부인이 저보다 더 앞서 가는 기도꾼이다. 그런 점은 걱정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히 알려진대로 이 후보와 부인 김씨는 서울 S교회에서 각각 장로와 권사를 맡고 있다.
이와 관련, 대통합민주신당은 31일 전민용 부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이명박 후보의 말 바꾸기와 거짓말이 거의 병적인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전민용 부대변인은 "이 후보는 ''연화봉의 인연''을 ''얼굴이 연꽃 같다''로 바꿨고, 법명을 받은 건 아예 부인해 버렸다"며 "능수능란하게 말 바꾸기를 하다 보니 이번에는 스님 말씀까지 바꿔버리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전 부대변인은 특히 "불교계가 법회라고 하는데 기독교 신자인 이 후보가 법회가 아니라고 우기고 있는 셈"이라며 "대단한 결례이자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최재천 대변인 역시 "이 후보에게 종교는 종교가 아닌 표밭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법명 논란''으로 다소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박형준 대변인은 <법보신문> 보도 내용이 불거진 이후 "불교신자가 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종교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법명을 받았을 것 같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난 16대 대선 직전인 2002년 10월,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법명을 받은 걸 두고 맹공을 펼친 바 있다.
당시 남경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 후보 부부는 천주교에서 세례명까지 받았다"며 "그런데도 자신들의 종교가 불교라며 법명까지 받는 등 거짓말 행각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또 "노 후보 부부는 자신들의 진짜 종교가 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거짓말 행각으로 국민 특히 종교인들을 속이는 행위는 분명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당시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