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4시 15분쯤 울산광역시청 앞 육교 위. 육교 한가운데 모서리에 자리를 잡은 이 남자는 두꺼운 종이를 접어 만든 ''돈통''을 머리맡에 놓더니 이내 바닥에 넙죽 절하는 자세로 모양새를 잡았다.
옷차림은 그리 남루한 편도 아니었다. 깃을 세운 갈색 ''세무잠바''에 하의도 비교적 말쑥한 차림. 굳이 가려 낸다 해야 구두 대신 슬리퍼를 신은 점이 남다를 뿐.
그러기를 15분 남짓. 20여 명이 육교 이쪽 저쪽으로 지나갔지만 돈통에는 한 푼의 적선도 들어오지 않았다. 한눈을 팔면서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흠칫 놀라 비켜 가는 모습을 빼면 ''무심'' 그대로였다.
미동도 않던 이 남자는 이따금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가벼운 돈통이 움직일 때만 손을 내밀어 제 자리를 잡아주는 것 말고는 아무 말이 없었다. 옆에서 말을 붙여도 그저 묵묵부답일 뿐 아무 대꾸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