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을 틈타 수도권 일대에서 토지를 담보로 한 대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감증명서 등 관련 서류가 무차별적으로 위조돼 증명서 발급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일대에서 300억대의 토지 사기 행각을 벌인 전문사기단이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에 구속된 곽씨 등은 지난 9월 중순쯤 경기도 수원시 망포동의 땅 1400여평을 담보로 5억원을 대출받으려다 한 법무사가 등기권리증이 위조된 사실을 발견해 미수에 그쳤다.
조사결과 곽씨 등은 토지 물색 담당, 서류 위조 담당, 대출 담당 등 18명으로 구성된 전문 토지 사기단이었다.
곽씨 외에 달아난 남모씨 등 2명은 지난해 9월쯤 성남시에 있는 150억 상당의 임야를 담보로 30억원을 챙겼고 박모씨 등은 인천에 있는 김모씨의 땅 1200평을 담보로 10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주범인 곽씨와 남씨 등이 관련된 토지사기 사건만 10여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곽씨 등 7명을 공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가짜 땅주인 행세를 한 손모씨(55)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남씨 등 달아난 5명을 지명수배했다.
등기권리증 위조, 땅 1400여평 담보 5억원 대출받으려
이들이 사용한 수법은 치밀했다.
우선 토지 물색조인 김모씨(64) 등은 장기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등기부 등본이 깨끗한 땅을 선별해 냈다.
그러면 위조책이 나서서 실제 소유주의 거래에 필수적인 주민등록증과 인감 증명서를 위조하고 가짜 등기 권리증을 만들었다.
주민증 위조시에는 해당 동사무소의 개설 일자까지 고려해 위조사실이 발각되지 않도록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마지막으로 대출 담당조가 가짜 땅주인을 내세워 금융기관으로 부터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아 잠적하는 것으로 사기극은 끝이 났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도 인감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감쪽같이 위조해 가짜 주인 행세를 하기 때문에 실제 땅주인은 자신의 땅이 대부업체에 담보물로 제공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간 거래 없었던 땅 선별, 인감증명서 등 위조
정부는 규제개혁 차원에서 지난해 3월부터 인감증명 발급을 전산화하고, 인감 도장 확인 없이도 전국 어디서나 발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대리인이 발급 받을 때도 본인의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되는 등 제도를 간소화했다.
이렇다 보니 전문토지 사기단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위조된 주민증 등으로 토지나 부동산 거래시 필수적인 인감증명서를 수시로 발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고건호 특수3부장은 "인감증명 발급이 전산화되서 인감 도장이 필요 없게 됐고, 또 대리인 발급시에도 본인의 신분증이 없어도 되는 등 규제개혁의 허점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인감 증명서 발급시 본인 확인을 철저히 해 줄 것과 거래가 없는 땅일지라도 정기적으로 등기부 등본을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규제개혁으로 인감 도장 확인없이 어디서나 인감증명 발급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수사에서 전문 토지 사기단은 점 조직으로 활동하며 자신들끼리도 가명을 사용해 주범 검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대부분 동종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조직폭력이나 마약사범들처럼 인적사항을 체계적으로 자료화, 즉 데이타베이스화하는 작업을 대검찰청에 건의했다.
이에 따라 대검은 전문토지사기 조직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조직원 들을 특별 관리해 앞으로 토지 사기 사건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전문 토지 사기단의 주범들과 위조책 등이 수사당국에 의해 체계적으로 관리돼 감쪽 같은 토지 사기로 선의의 피해를 보는 시민들이 줄어들고, 범죄 예방과 사건 해결에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CBS사회부 박재석기자 jspark@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