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보수단체의 집회에 참석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가 실제로는 대선 행보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국민행동본부와 라이트코리아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사수대회''에 특별연사로 참석한 뒤 기자들이 대선 출마 여부를 묻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 대선주자 못지 않은 정치 발언 쏟아내
그러나 이회창 전 총재는 특별강연에서 여느 대선 주자 못지않은 정치적인 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우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이 전 총재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실패했으며, 역사는 준엄하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회창 전 총재는 이어 "(현 정권은) 한반도의 평화를 얻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북한에 계속 퍼주어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이것은 핵을 가진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달래는 것으로 전형적인 굴종과 조공"이라고 맹비난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선후보를 겨냥한 듯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전 총재는 "정치권도 대선에서의 표를 의식해 소위 ''수구꼴통''으로 몰릴까봐 몸조심하고 있다"면서 "이래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회창 전 총재가 "진정한 평화로 가는 길은 장밋빛 환상이 아니라 가시밭길임을 국민에게 정직하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하자 참석자들은 ''이회창''을 연호하기도 했다.
◈ 지지자들 "대통령 이회창" 연호
특히 행사를 마친 뒤에는 수 십 명의 지지자들이 이회창 전 총재를 에워싸고 ''대통령 이회창''을 외쳐 이 전 총재 지지모임을 방불케하는 광경이 연출됐다.
이 전 총재가 강연에서 "저는 현실정치에서 떠나 있었지만 여러분과 함께 이 몸을 던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한 부분도 구구한 해석을 낳았다.
정치권을 떠나 있었다는 사실을 과거 시제로 언급했고, ''몸을 던져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며 강한 어조로 강조한 점이 사실상 정계복귀의 운을 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전 총재 측은 이와 관련해 "구국의 차원에서 앞으로 활동을 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정계복귀 가능성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특히 이 측근은 "이 전 총재가 앞으로 강연 등의 요청이 들어오면 적극 나서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말해 이회창 전 총재의 사실상의 정치 행보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