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경찰의 염원인 수사권 독립 문제와 관련해 "공약했던 수준보다 더 나아간 안을 마련해서까지 중재하려고 했으나 여러분의 조직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은 ''무책임하고 비겁한 발언''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기념식에 참석했던 한 경찰 간부는 "기념식이 끝난 뒤 자리가 성토장으로 바뀌었다"라면서 "대통령이 자신의 실책을 어떻게 경찰에게 떠넘길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경찰 간부는 "청와대가 제시했다는 중재안은 검찰의 입장만을 반영해 경찰이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라며 "개악 수준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경찰이 잘못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른 경찰 간부 역시 "수사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대통령이 의지가 없었거나 무능했거나 둘 중 하나"라며 "무책임하고 비겁하다"고 잘라 말했다.
"(경찰이) 출신의 연고에 따라 내부집단이 형성되고, 특정 집단의 독주체제가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경찰대 출신 간부들을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대 출신의 한 총경급 인사는 "대통령이 경찰대를 언급한 것 같은데, 이러한 인식을 심어준 참모들의 국정상황 파악능력이 한심하다"며 거친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 인사는 이어 "이택순 경찰청장 파문과 관련한 경찰대 동문회의 움직임을 막연히 알고 이러한 발언을 한 것이라면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경찰대 출신 간부는 "경찰대가 이제 치안감 한 명을 배출했을 뿐인데 어떻게 독주체제 운운할 수 있느냐"면서 "임기 마감을 앞둔 대통령이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노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제도개혁''까지 언급하자 경찰대 폐지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며 발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이택순 경찰청장은 기념식 참석후 기자들과 만나 "분위기 좋게 기념식이 끝났다"고 말했지만 대통령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것은 모른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