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충전 선물로 아이들 ''게임 폐인'' 만드는 부모들

상당수 청소년 부모 묵인 아래 부모 주민번호로 폭력적인 게임 즐겨

"댁의 자녀는 괜찮습니까."

초등학교 1, 3학년 자녀를 둔 안모(여·41·부산 동래구 사직동) 씨는 자녀들만 집에 두고 외출할 때마다 컴퓨터의 마우스를 빼내 손가방에 넣거나 아예 키보드를 자동차 트렁크에 넣고 다닌다. 자녀들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처럼 집집마다 부모와 자녀들 간 컴퓨터 마우스를 확보하기 위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게임 폐인''을 방조하는 부모 또한 적지 않다. 청소년 대부분이 부모의 주민번호를 이용해 폭력적인 게임에 접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권장희 소장은 부산 남부교육청이 지난 8일 주최한 ''학생 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한 학부모 연수''에서 "대한민국 부모의 절반이 자녀들에게 주민번호를 빌려주고 폭력적인 게임을 통해 살상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가 지난 5월 전국 초등학교 4~6학년(만 10~12세) 학생 221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게임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위 인기 20개 게임의 70%(14개)가 주먹 칼 총기류를 이용해 상대방을 때리고 찌르고 쏘고 죽이는 폭력적인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청소년들은 부모의 묵인 아래 또는 몰래 부모의 주민번호로 폭력적인 게임을 즐기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인기순위 7위의 ''서든어택'' 같은 게임에는 사람의 머리를 잘라내는 ''헤드샷''까지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부모들이 생일 선물로 주는 캐시충전, 도서·문화상품권도 자녀들의 게임 중독에 일조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상대방과의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사냥도구 무기 등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는 데 부모의 선물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의 폭력성을 기르는 데 후원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수백 개에 달하고, 거래금액은 연간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려 하고, 이에 유용한 장비를 얻으려는 ''레벨 지상주의''와 ''아이템 만능주의''에 빠져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할 위험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권 소장은 "인터넷 게임 중독에 빠진 청소년 자녀들이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부모가 예방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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