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겨울을 더욱 춥게 느끼는 그늘진 곳의 이웃들이 많다.
CBS는 연말을 맞아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을 돌아보는 연속기획을 다섯 차례에 걸쳐 준비했다.
첫 번째로 1.5평 남짓한 용산 쪽방촌에서 생활하는 이웃들을 소개한다.
지난해 4월 개축한 서울역사.
화려한 외관의 건물과 고속철은 현대문명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하지만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역사 바로 맞은 편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 같은 길이 펼쳐진다.
이름하여 ''용산 쪽방촌''.
길가로 4~5층짜리 허름한 건물이 밀집해 있고, 각 건물마다 한 집 평수가 채 1.5평도 되지 않는 쪽방들이 4~50개씩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 곳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만도 800세대에 1000명이 넘는다.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어려운 일용직 노동자나 노숙자들이다.
1.5평도 되지 않는 쪽방 4~50개,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나 노숙자
벌써 쪽방촌을 전전한지 20년이 넘었다는 윤태욱씨(50 노동)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윤씨를 따라 쪽방에 들어가보니 숨막힐 듯 작은 방에 옷가지들과 서랍장이 차지하는 공간을 빼고 나면 윤씨가 눕기에도 빠듯해 보였다.
불편한 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윤씨는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라며 손사래부터 친다.
윤씨는 "공간이 워낙 비좁다보니 옆 방의 소리가 다 들리고, 싸우는 소리 등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는 점"을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았다.
뿐만 아니라 10가구 이상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 앞은 아침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 마음놓고 이용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이렇듯 화장실이 워낙 부족하다보니 추운 겨울에 빨래하기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윤씨는 "작은 빨래는 그냥 하지만 큰 빨래의 경우 화장실을 이용할 엄두가 나지 않아 남대문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쪽방촌 사람들은 하루 8000원짜리 방세가 한 달치만 밀려도 쫓겨나야 하는 처지이다.
하루 8000원짜리 방세 한 달치만 밀리면 쫓겨나
자립할 의지를 가진 노숙자들은 구세군이 쪽방촌에 마련한 센터에서 생활하기도 한다.
마음대로 술도 못 마시고, 생활에 대한 규제도 심해 대부분 노숙자들은 재활센터에 들어가기를 꺼리지만 노숙 생활을 접겠다는 의지를 갖고 이 곳에 들어가 생활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립 의지는 곧 꺽이고 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거센 불황의 여파에 일용직 노동일을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노숙자 이모씨(27)는 "일이 많은 경우 일주일에 3번 일하러 나가고 있다"며 "실패해서 들어왔지만 한 번 살아보겠다는 재활의지를 갖고 발버둥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게 현실"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당연히 노숙생활과 쪽방생활의 반복된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거센 불황 여파에 일용직 노동일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
방세가 밀려 노숙생활을 전전하는 사람 중에는 해마다 얼어죽는 사람들도 속출한다.
용산 쪽방촌 나눔공동체의 김해연 대표는 "겨울에 술 먹고 동사하는 노숙자들이 해마다 나오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서울역에서만 5명 정도가 죽었다"고 말했다.
고속철과 쪽방촌.
서로 마주한 상반된 풍경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CBS사회부 장윤미/박현 수습기자 jym@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