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오리온스 신인 이동준(27 · 198cm) 얘기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선수로, 귀화 전 이름인 ''다니엘 산드린''으로도 유명한 이동준은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 도쿄 전지훈련 중인 오리온스 이충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이동준을 올시즌 팀 성적을 좌우할 ''키플레이어''로 꼽고 있다.
▲이동준, 오리온스 고질병 ''장신 콤플렉스''의 해결책
무엇보다 이동준은 팀의 고질적인 장신 콤플렉스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승현-김병철 등 리그 정상급 가드진을 보유한 오리온스는 그러나 상대적으로 장신 국내선수가 약했다. 지난해 주태수(200cm)가 입단했지만 서장훈(207cm), 김주성(205cm) 등 최고 기량을 갖춘 장신 선수들과 맞서기는 다소 버거웠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탄력이 좋은 이동준의 가세로 한층 수비력이 업그레이드된 주태수, 베테랑 이은호(197cm) 등과 함께 어느 팀 부럽지 않은 ''탄탄한'' 장신군단 구축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일본 현지 팀들과 연습경기에서도 이동준은 상당한 활약을 보였다. 지난 17일 일본 BJ리그 사이타마전에서는 3점에 그쳤지만 팀내 최다인 12리바운드를 걷어냈고 19일 도쿄전에서도 16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또 20일 사이타마전에서 24점 8리바운드의 팀내 최고기록을 세우면서 오리온스의 3연승을 이끌었다. 특히 사이타마전은 외국선수와 맞대결을 펼쳤음에도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오리온스가 미국에서 농구를 시작, 유럽리그를 거친 이동준에게 ''용병급'' 활약을 기대하는 이유다.
하지만 스스로나 코칭스태프를 통해 ''조련''받아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신인 드래프트 전까지 최근 2년간 귀화 등의 문제로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이동준 본인도 "2년의 공백이 있어 현재 경기감각은 65~70% 정도인 것 같다"고 할 정도다. 또 가드 출신이라 4번(파워포워드),5번(센터)으로 포지션 변경에도 적응기가 필요하다.
이충희 오리온스 감독은 "힘과 탄력 등 신체조건에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도 "넘치는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있고 경기 중 위치 선정, 기술적인 면도 아직은 딱딱하고 거칠다. 전지훈련을 통해 점점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기술적인 부분과 함께 이동준이 역점을 두는 것은 체중늘리기다. 현재 98kg 정도인 몸무게를 105kg까지 늘릴 생각이다. 용병 등 상대 장신선수들과 골밑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이동준은 "예전 유럽리그에서 뛸 때는 110kg까지 나갔는데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서는 105kg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면서 "요즘은 웨이트트레이닝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삭발 각오 "팀 우승이 먼저지만 신인왕도 받았으면…"
이동준은 지난 8월 초 오리온스에 합류하면서 삭발을 했다. 지난 7월말 아시아농구선수권에도 짧은 머리로 출전했던 이동준은 삭발 이유에 대해 "농구에 전념하고, 새 출발을 앞두고 다시금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일단 목표는 팀 우승이지만 신인왕에 대한 욕심도 은근하다. "시애틀 퍼시픽대학 재학 시절 이후 우승이 없었다"는 이동준은 "오리온스 우승에 보탬이 되고 싶고 당연히 신인상을 받으면 더욱 기분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야생마''에서 ''준마''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를 조련하고 있는 이동준. 팀의 기대대로 올 시즌 오리온스의 질주를 이끌 수 있을지 농구팬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