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규 경남도지사의 사퇴를 바라보는 경남도민들


김혁규 지사의 도지사직 사퇴와 당적 변경을 바라보는 경남도민들의 충격을 한 도민은 훈련소의 조교를 갑자기 잃어버린 느낌이라고 말합니다.

성가신 면도 많았지만 익숙해졌던 인도자가 없어지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는 훈련병들의 심정을 빗댄 말입니다.

이처럼 김혁규 지사는 10년 도정을 이끌어 오면서 경남도민과 도정현안을 훤히 꽤뚫고 있는, 그리고 때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대안을 제시해오면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3번의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가하면 에프-원 국제자동차 경주대회 양해각서 체결과 외국기업은 물론 각종 국책사업을 성공적으로 끌어들인 업적 때문에 경영 도지사라는 별칭도 얻게 됐습니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김지사는 영남에서의 지지를 바라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 우리당에 가장 매력적인 영입대상이 됐습니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지난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김지사의 뻣뻣한 태도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삼키지도, 내뱉지도 못하는 고민스런 존재로 작용해 왔습니다.

이런 정치적인 관계 때문에 김지사의 당적변경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몸값이 오르는 김지사를 가운데 두고 온갖 조건을 제시하며 구슬리는 우리당과 탈당하면 끝장이라며 으름장을 놓은 한나라당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냉엄한 정치현실을 실감나게 합니다.


하지만 경남도민들에게 비친 이런 정치현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이해보다는 또한번 정치적 불신을 안겨다 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듭니다.

''당적변경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민을 위해 끝까지 지사직을 수행하겠다는 김지사의 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으로서는 어떤 구상이나 계획이 없다'' ''하지만 자신의 힘은 도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로 도민을 혼란에 빠트렸습니다. 한나라당에 남겠다는 명분을 도민의 뜻이라고 말한 것과 똑같이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열린 우리당에 입당하게된 명분 역시 도민의 뜻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민들은 이처럼 짧은 순간에 도민의 뜻이 갈팡질팡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김지사가 도민의 뜻을 핑계로 자신의 입지를 선택했다고 여길 뿐입니다. 잔치집 분위기인 열린 우리당과 초상집 분위기인 한나라당도 도민의 뜻을 내세우며 이번 김지사의 행동을 정반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김지사의 당적변경에 일등공신인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 역시 김혁규 지사와 도지사직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 정적이었지만 기자회견장에는 가장 든든한 파트너로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 역시 황당한 장면입니다.

지역에서는 좀처럼 드문 이런 혼란스런 장면을 보고 있는 도민들이 느끼는 감정을 정치권은 지금부터라도 이해를 해야 합니다. 도민들이 자신을 지지할 거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도민들의 뜻을 핑계로 당리당약에 치우친다면 도민들의 관심은 정치에서 더욱 멀어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CBS뉴스 장영기자(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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