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Thanksgiving?

[이서규의 영어와 맞짱뜨기]

영어
영어로 우리 풍습이나 습관을 설명하는 책자는 많은데 어떨 때는 그 진짜 의미를 왜곡하거나 변질시키는 것 같다.


우리말 추석은 한자어이고 원래는 한가위라고 한다. 영어로는 ''Korean Thanksgiving day''라고 하는데 이는 내가 보기에는 잘못된 표현이다.

기독교문화권인 미국에서는 이 날이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 오곡을 무르익게 하고 좋은 추수를 거둘 수 있게 도와준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즉 이 날은 신을 숭배하는 날이지 돌아가신 조상이나 가족들을 기리는 날은 아니다.

영미권에서는 딱히 살아있는 가족을 위한 날이 없다. 각자의 생일이 가장 중요한 날이기 때문에 이 생일을 맞은 이를 위해 파티를 열 뿐 모든 가족을 위한 날은 없다.

한가위는 농업사회이던 우리나라가 기준으로 삼은 음력을 맞아 1년 중 가장 달이 밝고 추수를 하는 시기다. 햇곡식으로 조상에게 예를 올림은 물론 살아있는 가족들이 모여 축제를 벌이는 것이다. 조상이 좋은 음식을 주었다고 믿기 보다는 이런 좋은 추수를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함께 즐긴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말 한마디를 번역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우리와 서양인들은 서로의 전통, 문화가 모두 상이하기 때문에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해야지 서양의 ''Thanksgiving day''를 무단 차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가장 좋은 번역법은 그냥 ''Choosok''이나 ''Hangawee''라고 번역을 해 우리말을 수출하든지, ''Harvest Fest(추수제)''라고 번역하면 어떨까?

이웃나라 일본에도 ''오봉''이라는 추석과 유사한 풍습이 있지만 어디에서도 ''Japanese Thanksgiving Day''라는 말은 보지 못했다.

대학을 다닐 때 우리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아일랜드인 가톨릭신부인 Owen Doyle이라는 분이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한국의 장례식에서 자주 등장하는 곡은 죽은 사람을 위한 진혼곡이 아니라 남은 가족들과 친구들을 위로하는 축제음악이라고 말이다.

이 곡은 리듬이 마치 그네가 앞뒤로 사람을 흔들 듯이 ''이제~ 가면~ 언제~ 오나''인데 현대음악의 로큰롤은 이 곡의 서양판 버전이다. 이런 리듬은 인간을 가장 편안하게 만든, 우리 조상들이 사랑한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 영어번역부터 똑바로 되길 바란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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