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에서 ''아니''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사랑스런 동생 캐릭터고 ''하니''는 욕과 주먹을 거침없이 날리는 거친 친구 같은 존재. 정려원은 "아니와 하니는 자신의 일면을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하니 연기에 재미가 붙을 즈음 촬영이 끝났다"며 아쉬워했다. ''두 얼굴의 여친''은 연애초보 남자와 다중인격 여자의 로맨스를 경쾌하게 그린 영화. 정려원은 서로 다른 두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내 언론의 호평을 얻고 있다.
하지만 욕심 많은 정려원의 생각은 달랐다. "내 연기에 점수를 준다면 한 30점? 맘에 안 드는 장면을 전부 재촬영했다면 아마 1년은 찍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해서는 굉장히 만족한다. 다만 내 연기만 따지자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
''두얼굴의 여친''은 정려원이 한번 내쳤다 다시 움켜쥔 작품. 다중인격캐릭터 연기에 부담을 느껴 한 차례 거절한 바 있다. "거절한 뒤 계속 찜찜했다. 이것 못하면 딴것도 못할 것 같았다. 때마침 (봉)태규 씨가 ''자신을 믿어보라''고 북돋워줬다."
정려원은 이번 작업을 ''일종의 도전이자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드라마보다 시간적 여유가 많다 보니 한 장면 찍고 나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 뭔가 개운치 않으면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원인을 파헤쳤다. 많은 깨달음을 얻은 영화다."
호주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정려원은 자연스러움이 매력적인 배우다. 행동이나 표정에 꾸밈이 없어 친근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든다.
정려원은 "성장배경의 영향이 크다"고 인정한 뒤 "''여배우가 뭐 그런 표정을 짓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외국인들이 보다 감정표현에 적극적인 편이다. 표정변화가 클 뿐만 아니라 손동작도 풍부하다. 연기자 데뷔 초기 ''손 좀 가만 있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