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지난 1987년 노조 설립 뒤 해마다 파업을 되풀이하느라 경쟁력에 큰 상처를 입었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19년 동안 모두 349일의 파업이 벌어져 104만여 대, 10조 5000억 원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여기에 대내외적 브랜드 이미지와 신인도 하락, 고객들의 외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은 금액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는 것이 현대차의 주장이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유무형의 손실을 일단 올해는 평화롭게 막은 것이다.
현대차 노조원들에게도 이번 무분규 타결은 여론을 외면하지 않고 실익을 얻는 선례를 남겼다.
현대차 노조원들은 지난해 임금협상 때 21일 동안 파업을 벌이면서 일인당 평균 200만 원의 임금 손실을 감수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파업없이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임금 인상분을 그대로 손에 쥐게 됐다.
이번 무분규 타결이 국내 다른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4만 4000여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의 핵심으로 매년 임단협의 기준 역할을 했다.
따라서 현대차 노조가 올해를 계기로 향후 협력적 노사관계의 기틀을 마련한다면 국내 노동운동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무노조의 삼성과 노사 협력의 LG에 이어 현대차까지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할 경우, 국내 대기업에서 대립적인 노사관계는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가 엄연히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한 지부로서 상급단체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내년에도 무분규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